반도체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입찰담합 혐의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삼성에스디에스(SDS)가 발주한 총 334건의 반도체공정 관련 입찰에서 9년간 입찰담합을 해온 13개사가 공정당국으로부터 적발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한텍 등 13개사의 입찰담합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04억59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사업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 등을 영위하며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삼성SDS가 발주한 총 334건의 반도체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 관련 입찰에 참여했다.
삼성SDS 입찰담합 과정에서의 합의 실행 방식(낙찰예정자가 들러리사의 투찰가격 및 견적서 일괄 작성 및 전달) 관련 B사 내부직원 카카오톡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4.06.02 plum@newspim.com |
반도체공정 등 제어감시시스템은 주로 반도체 제조를 위한 최적 조건을 유지하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시스템으로 각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관리하는 비용은 반도체 제조원가에도 반영된다.
삼성SDS는 2015년 원가절감 차원에서 사실상 수의계약으로 운영되던 제어감시시스템 조달 방식을 경쟁입찰로 변경했다. 이에 12개사는 저가수주를 방지하고 새로운 경쟁사의 진입을 막기 위한 담합행위를 시작했다.
먼저 피에스이엔지 등 10개사는 2015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SMCS공사입찰에서 피에스이엔지 또는 타스코를 원칙적 낙찰예정자로 결정하고 다른 사업자들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해 이를 실행했다.
또 아인스텍, 피에스이앤지, 타스코, 한텍 등 4개사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PCS공사 입찰에서 아인스텍을 낙찰예정자로 결정하고 다른 사업자들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어 한텍 등 10개사는 2016년 6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SMCS 제어판넬 입찰에 대해서는 한텍을, FMCS 제어판넬 입찰에 대해서는 메카테크놀러지를 원칙적인 낙찰예정자로 결정하고 다른 사업자들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후로도 메카테크놀러지, 한텍, 코리아데이터, 두타아이티, 한화컨버전스 등 5개사는 2016년 1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소프트웨어(SMCS, FMCS) 입찰에서 메카테크놀러지를 원칙적인 낙찰예정자로 하고 다른 사업자들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하기로 합의했다.
이 결과 담합이 이뤄진 334건의 입찰 중 323건에서 합의된 낙찰예정자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이중 한텍은 입찰담합 과정에서의 모든 공동행위에 참여했다.
한텍 담당자 PC에서 발견된 들러리사 투찰가격 및 견적서 [자료=공정거래위원회] 2024.06.02 plum@newspim.com |
이처럼 낙찰예정자를 위해 다른 업체들은 들러리로 입찰에 참가하고, 낙찰예정자는 들러리사에 투찰가격과 견적서를 전달하고, 들러리사는 전달받은 가격 대로 투찰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입찰담합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이에 공정위는 이 사건 담합 관련 13개사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 104억5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오행록 공정위 제조카르텔조사과장은 "이번 조치는 국가기간산업인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담합을 적발·제재한 최초 사례"라며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는 고질적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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