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기인 2021년 론칭...엔데믹 이후 내리막
동원 '미트큐딜리버리'는 작년 말 사업 전환...축산물 직접 공급으로
동네 정육점서 1시간 근거리 배송 띄웠지만...사실상 시장 퇴출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대상그룹이 코로나19 시기 선보였던 정육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 '고기나우'를 3년 만에 접는다.
동네 정육점을 연계한 '1시간 고기 배달' 특징을 앞세워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대했지만 엔데믹 전환과 고물가 여파로 배달 수요가 쪼그라들자 결국 '백기' 를 든 것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대상그룹 자회사 대상네트웍스는 오는 6월 30일부로 '고기나우' 서비스를 종료한다. 내달 23일까지 배달·포장 주문을 받고 택배주문(가게나우)은 같은 달 16일까지 운영한다.
고기나우는 코로나19 펜데믹 확산기인 2021년 10월 신사업으로 내놓은 정육 O2O 서비스다. 고기나우 앱을 통해 거주지 반경 3㎞ 내 동네 정육점 제품을 주문 1시간 내로 받아볼 수 있는 점을 특장점으로 내세웠다. 해당 서비스는 오픈 초기 서울 강남구, 송파구, 성동구 등 3개구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이듬해 전국권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확장 행보를 나타냈다.
왼쪽부터 대상네트웍스의 고기나우, 동원홈푸드의 미트큐딜리버리. [사진=각사] |
비슷한 시기인 2021년 8월 동원F&B 자회사 동원홈푸드도 고기배달앱 '미트큐딜리버리'를 론칭하며 정육 O2O 시장에서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고기나우와 미트큐딜리버리 모두 동네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고기에 대한 단시간 배송이 주요 모델이다. 양사의 정육 O2O서비스는 코로나19 당시 배달 수요가 급증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엔데믹 이후 '반짝' 관심에 그치고 타격을 입었다.
고기 배달 수요가 급감하자 동원홈푸드의 미트큐딜리버리는 지난해 말 정육점 연계 O2O 서비스를 중단하고 축산물을 직접 공급·배달하는 D2C(Direct to Customer·소비자 직접 판매) 방식으로 전환했다. 식품 대기업인 대상과 동원이 나란히 진출해 경쟁했던 '정육 O2O' 서비스가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된 셈이다.
코로나19로 억눌렀던 외부활동이 재개되면서 전반적인 배달 수요가 급감했고 쿠팡, 컬리, B마트 등 배송 플랫폼이 고도화되면서 동네 정육점을 연계하는 방식과 고기 단일 품목만 취급하는 플랫폼의 매력도가 자연히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대상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플랫폼이 활성화 됐던 2021년 정육 O2O(온오프라인 연계) 플랫폼인 고기나우를 론칭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했다"며 "그러나 팬데믹 종식 이후 추가 사업 확장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서비스를 종료하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펜데믹 트렌드를 급하게 좇은 사례로 '예견된 실패'라는 평가도 나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동네 정육점에서 판매하는 고기 한 품목만 받아보고자 배달비를 지불할 유인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또 쿠팡이나 컬리 등 다양한 제품 구색과 라스트마일 인프라가 갖춰진 다른 플랫폼과 경쟁하기에도 매력도가 떨어진다.
다만 대상그룹과 동원그룹은 정육점 O2O시장 대신 축산물을 직접 공급·배달하는 D2C(Direct to Customer·소비자 직접 판매) 시장에서 경쟁을 이어갈 전망이다.
대상그룹 자회사 혜성프로비전은 지난해 육류 전문 브랜드 '미트프로젝트'를 론칭하고 같은 해 6월 공식 쇼핑몰을 선보였다. 원육의 소싱부터 도매, 가공, 소매 등의 유통 과정을 통합 관리하는 '원스톱 서비스(One-Stop Service)'로 소비자에 직접 공급하는 D2C 방식이다.
동원그룹의 동원디어푸드는 이보다 앞선 2022년 D2C 신선육 브랜드 '육백점'을 론칭, 자사몰, 자체 라이브커머스 등에서 자체 보유한 육가공장, 유통망 등을 활용한 축산물 직접 판매에 나서고 있다. 미트큐딜리버리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D2C 방식을 적용해 판매 중이다.
축산물 D2C 시장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관련해 국내 육류 소비량은 지속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육류 소비구조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년간(2000~2019년) 우리나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31.9kg에서 54.6kg으로 약 71%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2.9%씩 늘어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 단계를 줄인 고품질의 축산물을 비교적 저렴하게 제공하는 것이 축산 D2C 사업의 핵심이다"라며 "고기 외 다른 품목도 함께 판매하는 쿠팡, 컬리 등 플랫폼, 그리고 기존 대형마트와도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여전히 쉽지 않은 시장일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