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공정성' 담보할 수 있는 규제 개선 시급해
[서울=뉴스핌] 양태훈 기자 = 국내 게임 산업이 대내외적 위기에 직면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성장했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위축되면서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한때 웃돈까지 쥐어주며 인재 모시기 경쟁을 펼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신작 게임들의 흥행도 줄줄이 실패하면서 창의성을 내세운 신선한 작품들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경영 효율화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저비용으로 고수익을 노릴 수 있는 캐주얼 게임 장르가 대세다.
캐주얼 게임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 '캔디 크러쉬 사가'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간 사랑받는 게임이 출시된다면 두 손 들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지원이 아쉽다. 예컨대 블록체인 기반의 P2E(Play to Earn) 게임을 허용한다면, 세계를 선도할 혁신적인 캐주얼 게임이 더 빨리 더 많이 등장할 수 있을 텐데 게임 진흥책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일례로 확률형 아이템 표시 의무화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는 게임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넥슨이 '메이플스토리'와 '버블파이터'의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116억 원을 부과받은 이후, 다수의 게임사가 확률형 아이템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정부의 유연한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보다는 게임 산업의 경쟁력 제고와 혁신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책 확대가 요구된다.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장기적 관점의 신성장 동력 발굴보다 당장의 비용 절감에만 초점을 맞춰 개발 인력 감축과 신작 개발 축소를 이어간다면, 미래 먹거리 창출은 더욱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근시안적 처방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게임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게임사들 역시 단기 실적에 연연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과 실험을 지속해야 한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게임산업 진흥 계획안'은 게임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나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형평성 있는 규제 개선, 전문 인력 유출 방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많다.
무엇보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역차별 문제의 해소가 시급하다. 국내 게임사들이 피해를 보는 반면, 해외 게임사들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대형 게임사를 떠난 경력직들이 새로운 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전방위적 지원책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와 기업, 학계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한국 게임 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설계해야 할 때다. 창의성과 공정성이 담보되는 합리적 규제 환경을 토대로 민관 협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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