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발간
"소비자물가 상승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 없어"
[세종=뉴스핌] 이정아 기자 = 강수량이 100mm 증가하면 소비자물가가 0.07%포인트(p) 증가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다만 신선식품 가격이 물가에 중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나며 물가안정에 대응하는 통화정책은 불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9일 발간한 '기상 여건 변화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과 강수량 충격은 1~2개월 정도 소비자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KDI는 기온과 강수량 등의 날씨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구조적 벡터자기회귀모형을 이용해 실증·분석했다. 분석기간은 지난 2003년 1월에서 2023년 12월까지다.
전국적으로 가을비가 내린 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우산을 쓰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스핌 DB] |
분석 결과 기온이 과거 추세 대비 10도 상승, 하락하는 경우 단기적으로 소비자물가가 0.04%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수량이 과거 추세 대비 100mm 증가, 감소할 때는 0.07%포인트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는 날씨 충격 발생 2개월 후 정점에 도달할 때까지 상승하나 3개월부터는 효과가 미미하게 나타나 날씨충격은 소비자물가 상승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승희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이번 분석은 날씨 충격이 1개월간만 발생한 경우를 시산한 결과"라며 "날씨 충격이 2~3개월 연속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이 누적돼 더욱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물가를 세분화해 분석한 결과 날씨 충격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은 신선식품가격 상승에 주로 기인하고 근원물가의 반응은 미미하게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신선식품가격은 평균 기온이 추세 대비 10도 이상 상승하는 경우 최대 0.42%포인트 상승하고, 평균 강수량이 추세 대비 100mm 증가하는 경우 최대 0.93%포인트 오를 것으로 추정되는 등 날씨 충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DI는 계절별로도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이질성 분석을 진행했다.
기온 충격과 강수량 충격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 [자료=한국개발연구원] 2024.05.09 plum@newspim.com |
분석 결과 날씨 충격의 물가에 대한 영향은 강수량을 중심으로 여름에 더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 근원물가는 날씨 충격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름철 이외의 다른 계절의 날씨 충격은 물가에 대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KDI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상호 파급효과에 대해서도 살펴봤다. 신선식품 등 식료품 가격의 단기간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추세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분석 결과 식료품 및 에너지 가격의 변동이 물가의 중기적 흐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이러한 결과는 기상 여건 변화에 따른 신선식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단기적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한다"며 "중기적 관점에서 물가 안정을 추구하는 통화 정책이 작황 부진에 따른 소비자물가 상승에 대응할 필요성이 낮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이승희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국지적 날씨 충격이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농산물 수입 확대와 함께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등의 구조적인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어 "기후변화에 대응한 품종개량 등 기후 적응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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