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 미술아카이브 소장자료 기획전…'강홍구의 서울'
미발표 초기작 88점·자료 125점과 특별 제작 컬렉션북 전시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에서 강홍구 작가의 자료와 작품을 그만의 서울 아카이브로 재구성, 해석한 전시를 선보인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은 2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위치한 서울시립 미술 아카이브에서 열린 '서울: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이번 전시를 끝으로 봄 전시가 모두 열리게 됐다. 이 마지막 전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전시 전경 [사진=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2024.05.02 alice09@newspim.com |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 mironj19@newspim.com |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소장자료 기획전으로 소장한 강홍구 컬렉션을 바탕으로 강홍구의 자료와 작품을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로 재구성, 해석한 전시이다.
이날 최 관장은 "아카이브 전시는 그냥 전시와 성격이 다르다. 아카이브가 있어야 하고, 이걸 분석하면서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 이 전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이 많은 아카이브를 기증해주셨고, 오랜 시간 보고 분석하면서 전시를 오픈하게 됐다. 이번 전시를 보면서 제목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라며 "강홍구 선생님의 역사를 잘 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홍구 작가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고, 그 작업을 누군가가 불러서 전시할 수 있는 것에서 행복을 느낀다. 처음에 전시를 하게 된 것은 순전히 서울 아카이브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2018년에 불광지역을 찍은 디지털 사진을 갖고 있었는데, 전시 제안을 받고 재미있을 것 같아서 예전 사진을 꺼내보고 너무 놀랐다. 시각이 변했는지, 시간이 변했는지, 아니면 그 공간이 모두 없어져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새롭게 보였다"라며 "사진이라는 매체가 다른 매체가 얼마나 다른지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기록성이 강화되고 스스로 스토리를 만들게 된다. 그래서 이번 전시를 나름 열심히 만들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전시 전경 [사진=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2024.05.02 alice09@newspim.com |
정유진 미술아카이브 과장은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소장자료 기획전이다. 저희가 소장한 강홍구 컬렉션으로 바탕으로 강홍구의 자료와 작품을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로 재구성했다. 강홍구 작가는 일찍이 미술아카이브가 개관 이전에 불광동 작업 시리즈 5800여점을 기증해주셨다. 또 20년간 작업해 오신 은평뉴타운 시리즈 1만5600여점을 기증해주셨다. 2만1000여점을 토대로 이번 아카이브 전시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주은정 학예연구사는 "전시는 강홍구 작가의 미발표 초기작을 포함해 작품 88점, 자료 125점과 전시를 위해 특별 제작한 컬렉션북 4권으로 구성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시 제목은 강홍구 작가가 기록한 서울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의 서울이지만, 지금도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보편적인 서울의 모습이라는 의미를 함의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강홍구의 서울 아카이브' ▲'기록에서 기억으로' 두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강홍구가 작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의 초기작부터 2010년대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작업 안에서 '서울'이라는 주제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지를 연대순으로 살핀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작품에 대해 설명 중인 강홍구 작가 2024.05.02 alice09@newspim.com |
주 연구사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1990년대 후반의 초기작부터 2010년대 작업을 선보이며, 강홍구 작가의 서울작업 연대기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섹션인 '기록에서 기억으로'에서는 사진에 회화를 접목한 매체 실험이 두드러진 두 연작 '그 집'(2010)과 '녹색연구-서울-공터'(2019)에 초점을 맞춘다. 이와 관련해 주은정 학예연구사는 "이 섹션에서는 두 연작을 통해 사진 매체에 대한 반성적인 성찰을 그려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주은정 학예연구사는 강홍구 작가의 주요 작품으로 ▲'물고기가 있는 풍경-골목길' ▲'미키네 집-구름' ▲'수련자-능공허보' ▲'그 집-불광3구역' ▲'녹색연구-서울 공터-창신동 4'를 꼽았다.
주 연구사는 "작가는 서로 다른 이미지를 합성해 상상의 풍경 이미지를 만드는 '가짜 사진' 작업에 집중하고, 이 대표작이 '물고기가 있는 풍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고 철거가 한창이던 은평구 불광동을 돌아보던 작가는 노란색 벽과 분홍색 지붕의 이층 양옥집 형태를 갖춘 장난감 집인 일명 '미키네 집'을 발견, 이 장난감 집을 폐허가 된 철거 현장 곳곳에 올려놓고 사진을 촬영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전시 전경 [사진=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2024.05.02 alice09@newspim.com |
그는 "무거운 주제와 대조적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수련자' 연작은 가벼운 허구의 장난감과 결코 유희적일 수 없는 무겁고 거친 현실을 대비시킨다"라며 "허구적인 게임 캐릭터 인형을 활용해 현실의 장면에 영화적 연출을 가함으로써 생겨나는 긴장 관계를 통해 현실을 비틀어 보는 비판적 거리감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모두 2만 점이 넘는 디지털 이미지로 이뤄진 강홍구 컬렉션을 열람, 감상할 수 있도록 '컬렉션북'을 제작했다. 주 연구사는 "강 작가님의 작품을 충분하게 감상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컬렉션 북은 불광동과 은평뉴타운 재개발 지역을 기록한 디지털 사진을 바탕으로 이어붙인 작업 이미지 600여 점을 선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총 4권으로 이루어져 있고, 충분히 열람하고 감상하실 수 있도록 전시장에 마련돼 있다"고 소개했다.
이외에도 전시 연계프로그램으로는 ▲'강홍구 컬렉션 일곱 개의 시선'(5월18일~7월18일, 총 7회) ▲'당신의 서울은'(5월23일~8월1일, 총 3회) ▲'작가와 함께하는 은평뉴타운지역 답사 프로그램'(6월11일) ▲'잡담회'(7월25일) 등이 구성됐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서울 :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도 없는 강홍구의 서울' 전시 전경 [사진=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2024.05.02 alice09@newspim.com |
주 연구사는 전시연계 프로그램에 대해 "작가의 사진이 드러내는 서울 시공간의 여러 층위를 폭넓게 접근해 시각예술의 경계를 넘어 인문, 사회, 건축 등 다양한 분야와 교류하고 논의를 촉발할 수 있는 아카이브의 확장 가능성을 실험해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강 작가는 "서울 아카이브라는 전시는 일반 개인전과 다르다. 흔히 전시마다 있는 작가와의 대화가 없다. 이걸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제 작품이 소스가 돼서 생선적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저 역시 참여자가 돼서 이야기를 나누고, 이렇게 하다보면 전시가 점차 살아진 존재로서 완성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서울: 서울, 어디에나 있고 아무데나 없는 강홍구의 서울' 2일부터 8월 4일까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 전시실 1·2, 아카이브 라운지 1·2에서 전시된다.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