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삼양·오리온·CJ에 이어 빙그레 3세도 본격 등판
공통과제는 신사업 위한 인수합병·해외사업 확대
경영능력 평가 시험대...미래 청사진 제시해야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식품업계 3세 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삼양식품, 농심, 오리온, 빙그레 등 주요 식품기업의 오너 3세들이 대표나 임원으로 승진하며 경영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 발굴에 방점을 찍고 있는 모습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빙그레는 지난달 말 김동환 경영기획·마케팅본부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1983년생인 신임 김사장은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장남이자 오너 3세다. 김 사장은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UIC)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EY한영 회계법인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맡았다.
2014년 빙그레 구매팀 부장으로 입사한 그는 2021년 마케팅전략담당 상무로 승진하며 경영수업을 받았다. 지난해 경영기획 및 마케팅 총괄 본부장을 지내다 이번에 사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빙그레는 지난해 매출로 전년 대비 10% 증가한 1조3943억원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123억원으로 같은 기간 185% 늘었다. 여름 늦더위와 해외 수출 확대, 그리고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효과 반영 등 영향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이룬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너 3세가 등판한 만큼 향후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M&A) 등 적극적인 외형 확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왼쪽부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병우 상무, 오리온 담서원 상무. [사진=각사] |
삼양식품의 지주사인 삼양라운드스퀘어도 오너 3세가 이끌고 있다.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지난해 10월 김정수 부회장의 장남인 전병우 전략기획본부장을 상무로 승진시켰다.
1994년생인 전 상무는 현재 삼양라운드스퀘어의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삼양애니 공동대표를 겸직한다. 특히 그는 마이크로바이옴, 푸드케어 등 바이오·헬스케어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삼양식품의 라면 라인업인 '맵탱' 출시를 주관하고 콘텐츠 계열사인 삼양애니를 운영한다.
삼양식품 또한 지난해 매출액 1조1929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최대 실적을 냈다. 글로벌 시장에서 불닭볶음면 흥행이 지속되면서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라면 사업 성장과 더불어 제2의 불닭볶음면을 찾는 것이 전 상무의 주요 과제로 풀이된다.
농심의 오너 3세인 신상열 상무도 신사업 발굴 과제를 맡고 있다. 1993년생인 신 상무는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19년 농심에 입사해 2021년 구매담당 상무로 임원 승진했다.
신 상무는 올 초 새롭게 신설된 미래사업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미래사업실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인수합병(M&A)과 신공장 설립 등 대규모 투자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그룹의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인 셈이다.
특히 농심은 현재 본업인 식품사업 분야에서 신사업 진출과 인수합병 등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농심은 지난해 건강기능식품 업체인 천호앤케어를 인수하려다 불발된 바 있다. 또 늘어나는 라면 수출량에 대응하기 위해 평택과 부산 중 한 곳에 수출 전용 공장 설립도 추진한다. 연내 착공을 목표로 부지검토를 진행 중이다.
담철곤 오리온 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3세인 담서원 경영관리담당 상무도 신사업 특명을 받았다. 1989년생인 담 상무는 2021년 오리온에 입사해 지난해 경영관리담당 상무로 승진했다. 담 상무가 이끄는 경영관리팀은 국내외 법인의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신사업을 발굴하는 그룹의 핵심 부서다.
또한 오리온이 차세대 신사업으로 밀고 있는 바이오사업에도 힘을 싣는다. 담 상무는 지난달 오리온이 지난해 말 인수한 바이오 계열사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에 허인철 부회장, 김형석 신규사업팀 전무와 함께 합류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담 상무가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 산업을 주도적으로 이끌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 신상열 농심 상무. 사진=각사 |
CJ그룹의 오너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역시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이 실장은 1990년생으로 지난 2022년 임원(경영리더)로 승진해 현재 글로벌 식품사업을 총괄한다. 최근에는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 프로그램에 실린 'CJ제일제당:글로벌 식품 리더십을 위한 여정'이란 연구 사례집에 참여하는 등 글로벌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습이다.
식품기업들이 신사업 발굴과 해외 확장에 열중하는 이유는 국내 식품사업이 성장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의 미래를 이끌 오너 3세에 '신사업 육성'과제를 맡기며 사실상 경영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체가 장기적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신사업 발굴이 필연적이다"라며 "승계를 앞둔 오너 3세들에는 자연스럽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