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마지막 주총 불참...남양유업에 손 뗐다
'공격적 사세 확장' 오너 2세, 각종 리스크로 오명
새 출발 한앤코, '남양 뗄까' 검토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60년 오너경영'에 완전한 마침표를 찍었다.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참석하는 마지막 주주총회에서 한앤컴퍼니(한앤코) 측 이사회 교체안의 찬성표를 던지며 손을 턴 것이다. 남양유업 이사회를 장악한 한앤코는 조만간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착수한다. 사명 변경도 검토한다.
◆홍원식 회장, 마지막 주총...결국 손뗐다
남양유업은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제60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올리는 이사 신규 선임의 건을 통과시켰다. 윤여을 한앤코 회장과 배민규 부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에는 이명철 한국파스퇴르연구소 이사장이 올랐다. 모두 한앤코 측이 제안한 인물로 실질적 경영진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홍원식 회장은 이날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직접 참석하지 않고 대리인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번 주주총회는 홍 회장이 남양유업 최대주주로 참석하는 마지막 공식석상이다.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남양유업 주주총회 현장. 2024.03.29 romeok@newspim.com |
앞서 올해 1월 한앤코는 홍 회장을 상대로 한 주식양도소송 상고심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홍 회장 일가의 남양유업 주식 37만 8938주(지분 52.63%)가 한앤코로 넘어갔다.
다만 이날 주주총회는 지난해 연말을 기준으로 주주명부가 마감돼 홍 회장 일가에게 과반수 이상의 의결권(지분 52.63%)이 주어졌다. 일각에선 홍 회장이 이사회 구성에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결국 '찬성'쪽에 힘을 실었다.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은 총 95%이상의 찬성을 얻으며 최종 가결됐다.
홍 회장은 경영권 분쟁 패소 이후에도 회사에 출근하고 남양유업 고문 선임 등을 요구하며 경영의지를 나타냈다. 백미당 경영권 보장과 가족 임원 예우 등도 홍 회장 측의 막판 요구사항이었다. 그러나 결국 이번 주주총회를 끝으로 남양유업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공격적 사세 확장' 주력...각종 리스크 휘말리며 타격
홍 회장은 1964년 남양유업을 창업한 고(故) 홍두영 전 회장의 장남이다. 1990년 대표이사에 오른 그는 2003년 회장에 취임하며 사업을 일궜다.
특히 홍 회장은 공격적인 사세 확장에 주력한 경영자였다. 홍 회장 취임 이후 10여년간 남양유업은 경쟁사인 매일유업을 제치고 유업계 2위 자리를 단단히 다졌다. 그러나 2013년 대리점에 물품을 강매했다는 갑질 논란을 시작으로 각종 리스크에 휘말리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앤코에 경영권을 넘기게 된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시발점이 됐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1년 4월 남양유업이 발표한 자사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과장광고 논란으로 확산된 것이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사진=뉴스핌DB] |
이에 홍 회장은 2021년 5월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권을 세습하지 않겠다며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고 같은 달 27일 한앤컴퍼니와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본인을 포함한 오너일가가 보유한 남양유업 지분 52.63%를 3107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이다.
이후 홍 회장 일가가 계약 파행을 주장하면서 한앤코와 약 3년간 경영권 분쟁을 지속했다. 양측의 분쟁은 올해 1월 한앤코의 승소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이날 주주총회에서 남양유업 경영진이 한앤코 측 인사로 대거 교체됐다. 홍 회장일가는 물러나고 한앤코 체제가 새롭게 닻을 올린 것이다.
다만 아직 홍 회장은 남양유업 심혜섭 감사가 제기한 이사보수 50억원 한도 청구 소송, 한앤코가 홍 회장을 상대로 낸 500억원 손해배상 소송 등 두 건의 송사를 진행 중이다.
◆'뉴 남양' 예고한 한앤코...사명 변경도 만지작
이번 주주총회를 통해 신규 이사진 교체에 성공한 한앤코는 앞으로 남양유업 경영정상화에 주력한다. 앞서 한앤코는 지난 1월 홍 회장 일가와의 주식 양도 계약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이후 "회사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남양유업 임직원들과 함께 경영개선 계획들을 세워나갈 것"이라며 '새로운 남양유업'을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사내이사에 이동춘 한앤코 부사장이 선임된 만큼 이 부사장 체제의 남양유업 경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부사장은 1964년생으로 소니코리아 부사장, 웅진식품 기타비상무이사 등을 지낸 인물이다. 앞서 2021년 경영권 양도 과정에서 한앤코 측이 남양유업 대표이사로 내정한 인물로 전해진다.
당면 과제는 '실적 개선'이다. 2019년 1조797억원의 매출을 올렸던 남양유업은 2020년 매출액 9449억원을 기록하며 1조 클럽 타이틀을 반납하고 적자 전환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째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남양유업 사명 변경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남양유업의 사명이 창업주 일가인 '남양 홍씨'에서 유래된 것이기 때문이다. 각종 오너리스크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된 것을 감안해 새로운 사명으로 출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편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신규 이사 선임안을 포함한 대부분의 안건이 모두 원안대로 가결됐다. 주주 제안으로 상정된 주식 액면 분할건은 약 93%의 반대를 얻어 유일하게 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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