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양갱' 이어 에세이 같은 노랫말로 인기 정상
입소문 타고 뒤늦게 역주행 하면서 세대 공감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최근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비비의 '밤양갱'의 기세를 꺾고 역주행 하는 곡들이 있다. 바로 (여자)아이들의 '나는 아픈 건 딱 질색이니까'와 신인 보이그룹 투어스의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다. 두 곡 모두 노래 제목이라기보다는 에세이집 제목 같다.
'오늘도 아침엔 입에 빵을 물고 /똑같이 하루를 시작하고 /온종일 한 손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피곤해 죽겠네.../ 평온했던 하늘이 무너지고/ 어둡던 눈앞이 붉어지며/ 뭔가 잊고 온 게 있는 것 같아/ 괜히 이상하게 막 울 것만 같고/ 그냥 지나치는 게 나을 것 같아.'
(여자)아이들 리더 겸 프로듀서 소연과 작곡가 팝타임이 다시 뭉쳐서 만든 곡으로 일기장 문구 같은 가사는 소연이 썼다. 이번 음반의 타이틀곡이 '슈퍼 레이디(Super Lady)'였지만 이 노래가 뒤늦게 인기를 얻으면서 역주행 했다. 타이클곡이 말해주듯이 (여자)아이들은 펑크를 기반으로한 밴드 사운드를 추구해 왔지만 이 노래는 청량하면서도 리드미컬한 멜로디가 돋보여서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 최근 들어서 전 음원차트를 '올킬'하면서 비비의 '밤양갱' 신드롬을 잠재웠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여자)아이들. [사진 = 큐브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3.29 oks34@newspim.com |
세븐틴 이후 무려 9년 만에 나온 플레디스의 신인 보이그룹 투어스(TWS)의 데뷔곡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세븐틴 동생 그룹'으로 불렸다.
'발걸음은 매일 걷던 그 길로/ 계획은 완벽/ 빨리 말 걸어보고 싶어, Hey/ Woo 문 앞에서 셋을 세어본다, Yeh/ (셋, 둘, 하나)/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계획대로 되는 게 없어서/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풋풋한 사랑을 시작하는 청춘의 두근거리는 마음을 잘 표현한 노래로 맑고 청량한 팀 정체성을 담았다. 평범한 일상을 노래하지만 리듬과 멜로디는 환상적이고 감각적이다. 이 노래 역시 입소문을 타면서 모든 음원차트에서 (여자)아이들의 인기를 위협하고 있다.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그룹 '투어스'. [사진 =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03.29 oks34@newspim.com |
가요계에서는 이들 노래를 이지 리스닝 K-팝으로 부르고 있다. 그동안 아이돌 그룹의 노래가 가사 부재 혹은 지나친 영어 남발로 문제가 되곤 했지만 이들 노래에서 볼 수 있듯이 쉽고도 감각적인 제목과 언어로 회귀하고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마케팅의 힘으로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입소문만으로 역주행 끝에 인기를 얻게 된다는 점이다. 비비의 '밤양갱' 역시 그러한 과정을 거쳐서 신드롭을 불러오면서 정상을 차지한 케이스다.
여주대 실용음악과 이종성 교수는 "요즘 이지 리스닝 계열의 K-팝이 대세를 이루는 건 지나치게 음악적 장르만을 강조하면서 경쟁해왔던 아이돌 그룹의 흐름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10대들의 일상을 노래로 표현하면서 청량한 이미지의 풋풋함을 무기로 한 전략이 시장에서 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노랫말이 들지지 않아서 아이돌 음악에 대한 부담을 느꼈던 기성세대들도 관심을 갖게된 것은 또다른 수확이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