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점 상승에 카드 발급 가능
중·저신용자 카드 발급·카드론 이용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린 카드사가 '신용 사면'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카드사는 중·저신용자 약 3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신용 사면이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12일 여신금융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용 회복 지원을 받는 서민과 소상공인은 신용평점 상승으로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약 15만명이 카드 발급 가능한 최저 신용점수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금융당국은 2021년 9월1일부터 지난 1월31일까지 2000만원 이하 연체가 발생했으나 오는 5월31일까지 연체금 전액을 갚은 사람 대상으로 연체 기록을 삭제하는 신용 사면을 단행한다. 연체 기록이 삭제되면 신용점수가 올라 신용카드 발급 및 은행권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신용 사면은 카드사 입장에서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카드 발급 회원을 늘릴 기회이지만 동시에 연체율이 상승할 불안 요인도 떠안게 된다. 신용 사면으로 신용평점만 상승했을 뿐 상환 능력이 여전히 취약한 중·저신용자가 카드 발급, 카드론 등으로 몰리며 되레 연체율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가게에서 카드로 결제하는 모습 [사진=뉴스핌DB] |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율 관리에 어려움이 생긴 게 사실"이라며 "신용평점뿐 아니라 여러 조건을 보고 카드 발급과 이용 한도가 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율이 오를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건전성 관리를 위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카드사가 신용 사면 여파를 주시하는 배경에는 연체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카드 연체율은 1.67%로 2022년말(0.98%)가 비교해 1년 사이에 0.69%포인트(p) 올랐다. 같은 기간 신한카드 연체율은 1.04%에서 1.45%로 0.41%p 상승했다. 삼성카드는 0.9%에서 1.2%로, KB국민카드는 0.92%에서 1.03%로, 우리카드는 1.20%에서 1.22%로 연체율이 각각 올랐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취약차주 중심으로 연체율이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 상황이다. 카드사는 이같은 상황에서 신용 사면 리스크도 대비해야 하는 셈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고 경기도 안 좋고 물가와 금리도 높아 카드사마다 신용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