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식 열거와 장·차관 현장행보 홍보에 치우쳐
국민 개개인의 판단 묻기 어려운 거시 과제도 포함
'국민 피드백' 실제 가능할 지는 의문…보완 필요
[서울=뉴스핌] 온종훈 정책전문기자 = 정부가 주요 경제정책에 대한 국민제안을 직접 반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함께해요 경제정책 방향'(www.moef.go.kr/together.do)이라는 디지털플랫폼을 개설했다. 정부가 수립한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추진 현황을 확인하고 국민들이 직접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장치다.
기재부는 이 플랫폼에 올해 경제정책 방향 중 국민적 관심도·체감도·정책 파급효과가 높은 주요 과제 28개를 선정해 매주 과제별 추진현황을 업데이트할 계획이다. 주요 과제 목록은 관심도를 반영해 업데이트 된다.
추진 현황은 보도자료 이외에도 숏폼 동영상 또는 카드 뉴스 등의 콘텐츠로 만들 계획이다. 국민이 의견을 제시하는 페이지도 마련됐다. 기존에도 있었으며 다른 부처에도 이미 있는 '국민정책 제안'을 보다 통합해 발전시킨 사이트다.
[사진=기획재정부 홈페이지 갈무리] 2024.03.04 ojh1111@newspim.com |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플랫폼 개설로 국민들이 2024년 경제정책방향 주요과제 추진현황을 한 눈에 파악하고, 경제정책이 국민과 소통하면서 한 단계 발전해 활력 있는 민생경제와 역동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운영 과정에서 국민의 피드백을 반영해 보다 효과적으로 국민과 소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기능을 지속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생활에 밀접한 경제정책들에 대해 궁극적인 수요자인 국민들에게 의견을 묻고 이를 반영하는 매개수단이 생겼다는 환영할만하다.
그러나 사이트의 구성 등을 보면 아쉬움이 남는다. 당장 전체적으로 보면 비판적 의견(피드백)을 적극 반영하기 보다 경제정책방향이라는 큰 제목 아래 정책 홍보에 치중한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기재부가 선택한 4대분야 28대 주요 과제는 지나치게 많은 분야를 백화점식으로 포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일반 국민들이 체감하는 ▲민생경제회복을 제외하고 ▲잠재위험관리 ▲역동경제 구현 ▲미래세대 동행 등은 거시경제적이고 개별 국민들이 판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다.
예를 들면 잠재위험관리 중 부동산PF 대책과 가계부채관리방안 등의 경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개별 국민의 이해관계에 따라서는 여러 가지의 의견이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또한 큰 카테고리 중 하나인 현장방문은 장·차관 등 고위직 공무원들이 주요 경제현장 방문을 알리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묻는 이 사이트에서 포함돼야 하는지 의문이다.
이와 함께 국민 의견을 참조하는 개인 정보보호를 이유로 이메일과 전화번호와 정보이용 동의까지 받고 있어 실효성이 있는 '국민 피드백'이 가능할 지 의문이다. 기재부는 정보이용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의견 처리나 사후관리 서비스에 제한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과적으로 정책·대국민 소통과 피드백의 취지에서 기재부가 마련한 디지털플랫폼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전형적인 '공무원식 발상'에 안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ojh11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