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조승진 기자 = 우울한 마음을 달래는데 달리기가 좋다는 소리를 듣고 아침저녁으로 동네 공원에서 뜀박질한 적이 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까지 뛰어야만 그나마 마음이 트였다. 나는 병원을 찾지 않았지만, 2022년 기준 우리 국민 100만명 이상이 우울증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고 한다. 이 중 2030 청년들만 약 36만명이다. '정신적인 문제로 약을 먹고 있다', '마음의 병으로 세상을 등졌다더라'는 내 또래 이야기는 이제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소리가 됐다.
사회부 조승진 기자 |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은 스트레스로 임신과 출산이 쉽지 않다고 한다. 살기 힘든 환경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자손을 번식시키겠다는 유전자의 강력한 본능도 죽인다. 사람이라고 다를까?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또 떨어져 0.72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국 청년들은 전쟁통에 사는 듯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은 보이지 않는 총탄이 날아드는 사회가 되어 수년째 전 세계 자살률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매해 수십조 원을 저출생 해결을 위해 투입했지만, 출생률 반등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해 157개 초등학교에서는 입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
저출생 파고에 따라 대학 신입생도 점차 감소해 문을 닫는 대학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방소멸도 가속화되고 있는데, 당장 지방에서는 일할 청년이 없다며 아우성친다. 나라 곳곳에서 저출생으로 인한 균열이 발생하는 것이다. 한국 출생률을 들은 캘리포니아 법대 명예교수 조앤 윌리엄스는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하며 황망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저출생 출구 전략은 행복한 시민을 만들기 위한 대책이 돼야 한다. 출산 세제 혜택, 난임 지원금, 육아휴직 확대는 필요한 정책이다. 하지만 개개인의 행복을 늘리지 못한다면 정책 수요 자체가 보장되기 어렵다.
한국을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로 칭한 미국 베스트셀러 작가 마크 맨슨은 과도한 경쟁과 외로움을 한국 사회 우울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따르면,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고, 노동시간을 줄이는 게 답이 될 수 있다. 복지 안전망을 확충하고 주변을 살필 여유를 줘야 한단 뜻이다. 불행한 나라에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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