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본서 의대 정원 확대 활발
한국서 2020년 확대 논의됐지만
파업으로 선진국보다 속도 늦어져
지금 시작해도 2035년에야 효과 봐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관련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필수의료 서비스의 공백을 메워야 함에도 전공의들은 오는 20일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2020년 '의대 증원'을 두고 협상이 한차례 결렬된 만큼 타협이 필요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여러 선진국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가 이뤄지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해 의대 정원을 5000명 이상 증원했고, 일본에서는 지난 10년간 4만3000명 가량 의사가 늘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20년 의대 42곳에서 모두 8639명을 뽑았고, 2031년까지 1만5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의사 증원'을 막기 위해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 사례 역시 없다. 독일에서는 '의과대학 마스터 플랜'을 발표한 2017년 의사들의 반발이 있었지만 곧 갈등이 봉합됐다. 일본의사회는 지역 근무 의사제를 통해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반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의사들의 파업으로 인해 '의대 증원'에 실패한 한국과는 다르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19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지난 16일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이날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오는 19일 전공의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내부에서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2024.02.19 pangbin@newspim.com |
◆'의대 증원', 2020년 확대 논의됐지만…합의 요원
우리나라에서는 2020년 의대 정원 확대가 처음으로 논의됐음에도 현재까지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2022학년도 대입부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총 4000명 늘리고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사들이 휴진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의대생들도 수업을 거부하며 이에 힘을 보탰다. 의대 정원 확대는 무산됐다.
최근 들어 소아청소년과 진료난,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심화되자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정부와 의사 단체는 의대 정원 증원에 합의했지만, 정원을 얼마나 늘려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였다. 의료계에서는 그 수를 보수적으로 추산했다. 2000년 의약분업 때 줄인 정원 351명만 복원해도 충분하다는 입장이었다.
정부에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상황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전국 전공의들은 오는 20일 집단 파업을 할 것이라 예고했다. 세브란스·서울대·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에서는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강수를 뒀다. 경찰은 의사들의 집단행동 관련 고발이 이어진다면 주동자에 대해 구속수사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35년에야 효과 보는데…논의 구체화해야
전문가들은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2025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는 만큼, 필수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의대생이 교육을 받은 후 현장에 나가기까지의 시간은 약 10년인데, 정부 정책대로 2025년부터 의대생 수를 늘리게 되더라도 2035년에야 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소모적인 논쟁이 이어질 경우, '의대 증원'의 한계를 다각도로 고려하기도 어려워진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의사 수 부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지고 있지만, 여느 정책이 그렇듯 의대 정원 확대도 부작용이 있다. 다른 국가로의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연합(EU) 내에서는 독일이나 스페인, 그리스 등 국가에서 의사 유출이 이뤄졌다. 일본에서는 의료서비스 총량이 늘자 보험재정 지출부담이 늘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고 다음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강대강 대치를 막아야 한다. 서울대학교 교수협의회는 최근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학사운영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점진적으로 (의대 정원을) 증원해야 한다"면서도 "의사가 부족함으로써 지역의료가 부실해지거나 특정 진료과를 기피하는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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