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동훈 기자 = 주택경기가 침체하면서 지난해 건설업의 임금체불이 40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관련 종사자들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해결 방안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금융위원회는 6일 오후 대한건설협회 등 업계 유관단체들과 '건설산업 활력 회복을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건설경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수주 규모는 총 175조원으로 전년대비 20% 감소했다. 수주가 줄면서 건설투자도 지난해 4분기 들어 감소세로 전환됐다. 건설투자는 2023년 2.7%에서 올해 -1.8%로 마이너스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업 위기극복 및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관계부처 합동 업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4.02.06 mironj19@newspim.com |
건설경기 침체에 개별 건설업체들의 재무 여건은 급속도로 악화했다. 건설업(외감기업 기준) 매출액 대비 당기순이익은 2020년 4.7%, 2021년 4.9%로 증가했다가 2022년 3.6%로 내려왔다. 경영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한 업체수는 지난해 1948개사로 2006년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날 정부는 지난 1월 10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서둘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저금리 PF 대출로 갈아탈 대환보증 신설, 건설사가 보증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의 대출 전환 확대(3조원→5조원) 등 유동성 지원책이 있다. 지방에 집중된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시 세제 혜택을 주는 일부 미분양 대책은 이미 시행 중이다.
종합건설사 등의 위기가 협력업체로 이어지는 걸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도 내놨다. 정부는 도급사가 위기시 하도급 대금을 발주자가 지급하는 발주자 직불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워크아웃에 들어간 태영건설은 지난 5일 기준 128개 착공 현장 중 80개가 발주자 직불로 전환됐다. 원도급사가 하도급 대금을 외상매출채권으로 발행하더라도, 임금은 현금으로 직접 지급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가 위기 건설업 지원 대책을 다각도로 내놨지만 가장 '약한고리'인 하도급 업체 종사자 피해는 이미 확산되고 있다. 이날 고용부가 발표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의 임금 체불액은 4363억원으로 전년대비 49.2% 폭증했다. 산업 전체 임금 체불액이 1조7845억원이었는데 이중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로 제조업(30.5%)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그치는 것을 감안하면 체불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다.
고용부는 "중층적 하도급 구조에서 지불능력이 열악한 하위단계의 하수급인에게서 임금 체불이 주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하수급인이 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경우엔 그 위 도급 업체(직상수급인)가 임금을 대신 지급하게 만드는 임금 특례 규정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leed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