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업계서 도수치료비 누수 심해
비용 줄이기 위해 제재 중이나
지급 대상 선별 기준 모호
의료자문 동의서, 악용될 위험 있어
명확한 제도 필요한 시점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박모씨(28)는 도수치료 18회를 받은 후 D보험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의료자문동의서에 동의를 요구한다는 내용이었다. 박씨가 응하지 않자 보험사는 실비 보험금 청구를 보류했다. 1년에 도수치료 30회를 받을 수 있는 상품에 가입한 만큼 해당 내용은 계약 위반이라고 항의하자 보험사는 "도수치료는 오래 받아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정모씨(27)는 1년 동안 횟수에 제한없이 도수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보험을 들었지만, 중간에 보험비가 지급 정지됐다. 보험사 측에서 갑작스럽게 의료자문동의서를 받아간 후였다. 정씨는 의사명이나 진료 과, 직책을 알려달라고 항의했지만 보험사는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통보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손보험사들이 일부 환자들에게 도수치료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단순히 상품에 대한 안내를 할 뿐이라고 주장하나, 보험 가입자와 의료업계를 중심으로 사실상 치료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의료업계 관계자는 "보험 약관을 잘 아는 사람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은 보험사가 안 된다고 하면 수긍하는지라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했다.
서울 한 병원에서 의사 가운을 벗은 한 의사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뉴스핌DB] |
도수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의 증상을 개선하기 위한 비수술 치료로, 물리치료사가 손과 발 등 신체 일부를 이용해서 통증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치료가 여러 번 이어지는 도수치료 특성상 그 규모가 커지면서 업계의 골칫거리가 됐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금 중 도수치료에 지급한 금액은 6500억원이다. 전체의 64%에 달하는 수치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치료를 받았는지 미심쩍은 등 모럴(도덕적 해이)이 많다"고 했다.
문제는 보험사가 지급 대상을 선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H보험사에서 실손보험을 가입한 한모씨(35)는 "(보험사에서) 검사지나 의료기록지를 요구하지 않고 보험금 지급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금융감독위원회에 신고했더니, 취소해주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며 협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별 기준으로 의료자문 동의서를 이용하기도 한다. 의료자문이란 보험사가 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게 합당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전문의에게 문의하는 제도다.
하지만 보험사 측에서 의료자문 병원을 직접 고르는 만큼 제도가 악용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간이 길고 복잡한 의료자문을 서류로 담는 과정에서 내용이 부실해지고, 결과적으로는 보험사에 유리한 진단을 내보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세라 대한외과의사회 회장ˑ미래의료포럼 대외협력위원장은 "의료자문, 의료감정 등을 포괄적으로 판단하는 기관이 설립돼야 한다. 특정한 교육을 받은 의사들이 이를 감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보험사 자체적으로는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어려운 만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4세대에 따라 보장 한도와 내용이 다르고, 보험사마다 판매하는 상품에도 차이가 있는 만큼 법적인 근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이나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에서 도수치료 비급여에 대한 기준을 만들거나 법령이 나와준다면 보험사들도 이에 맞춰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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