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수 증권사 9% 증가, 은행은 5만명 감소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증권사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자 수와 투자 금액이 연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은행·보험의 ISA와 달리 주식 투자가 가능해, 투자 선택폭과 수익성 모두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11월말 기준 증권사 ISA에 투자된 금액은 총 9조 5319억원이었다. 이는 1년 전 기록한 6조 8253억원에 비해 39.65%가량 오른 수치다. 같은 기간 가입자 수도 355만 4996명에서 388만 2786명으로 9.22% 증가했다. 이로써 증권사와 은행 간 ISA 가입자 수 격차는 더 커졌다. 동기간 은행의 가입자 수가 105만 4375명에서 100만 2118명으로 되려 감소하면서다.
[서울=뉴스핌] 이석훈 기자 = 2024.01.26 stpoemseok@newspim.com |
물론 은행의 ISA 계좌 투자금액이 금융권 내에서 가장 많긴 하지만 이마저도 좁혀지고 있다. 금투협 공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11월 4조 6068억원이었던 은행과 증권사의 격차는 지난해 말 10.99% 감소한 4조 1005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증권사 ISA가 타 금융기관에 비해 투자 선택폭이 넓다는 점 때문에 투자자 유입이 일어났다고 분석한다. ISA 계좌는 예적금·주식·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면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절세상품으로 ▲신탁형(가입자가 직접 펀드, ETF 등 투자상품을 선택) ▲일임형(증권사 등 금융기관에서 직접 고객의 포트폴리오를 운용) ▲투자중개형(국내 상장주식도 투자 가능)으로 구분된다.
이중 투자중개형 ISA 계좌는 증권사를 통해서만 개설할 수 있다. 은행 계좌나 보험금 납부 계좌를 통한 주식 투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신탁형·일임형 ISA는 이미 만들어진 투자상품에 투자하거나 금융기관이 직접 투자하는 탓에 투자자 자율성이 떨어진다.
즉, 일반 투자자가 ISA 계좌를 통해 주식이나 상장지수펀드(ETF)에 직접 투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증권사의 투자중개형 ISA 계좌를 설립해야 한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똑같은 ISA 계좌라 할지라도 상품 다양성의 측면에서 보면 증권사가 타 금융기관에 비해 우월하다"며 "특히 ISA 계좌는 1인당 1계좌만 개설할 수 있기에 증권사 계좌에 대한 수요가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저조한 은행 ISA 계좌의 수익률도 증권사 ISA에 대한 유입 현상을 가속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달 기준 5대 은행(NH농협·KB국민·신한·우리·하나)의 ISA 전용 예금 금리 평균은 3.384%로, 적금 금리와 별반 차이가 없다. 반면 증권사 ISA의 최근 1년 수익률은 평균 4.86%로 은행 ISA 계좌 수익률보다 43.7% 정도 높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주식 투자를 활용한 수익률이 예적금 금리보다 높다 보니 수익률에서도 증권사 ISA 강점이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ISA 계좌 수요가 급증하면서 증권사 간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정부가 ISA 계좌에 대한 납입 한도와 세제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물 저을 때 노 젓자'는 분위기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대형사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ISA 계좌 개선책이 도입되고 나서 증권사 수혜가 클 것"이라며 "이미 ISA 제도의 틀은 정해진 상태기 때문에, 프로모션이나 수수료율 인하 등의 방식으로 금융투자업계 내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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