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조 특례 대신 10조원 보금자리론 출시
정책모기지 줄이고 민간 상품 활성화 유도
신생아대출 등 결혼 및 출산에 공급 집중
대규모 축소 및 편중 현상에 '사각지대' 우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금융당국이 정책모기지를 대폭 축소한 가운데 이로 인한 대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혼 및 출산 가구에 공급이 과도하게 집중됐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간모기지 활성화로 이를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금융권에서는 가계부채 확대 부담을 호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해 44조원이 공급된 '특례보금자리론' 자리를 대신해 10조원 규모의 '보금자리론'을 오는 30일 출시한다.
◆연소득 7000만원, 6억원 이하 주택으로 기준 강화
보금자리론 신청 자격은 특례론 도입 전 유지되던 기준과 유사하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1.26 peterbreak22@newspim.com |
연소득(부부합산) 7000만원 이하·주택가격 6억원 이하가 기본이며 신혼부부(7년 이내)는 연소득 8500만원 이하, 다자녀 가구는 자녀 수에 따라 8000만원∼1억원까지 소득요건이 완화 적용된다. 이번에 신설된 전세사기 피해자는 소득제한 없이 9억원 이하 주택까지 지원한다.
특례와 비교할 때 가장 큰 변화는 소득기준을 다시 도입했다는 점과 대출 한도가 줄었다는 부분이다.
특례는 소득기준을 별도로 두지 않았으며 최대 5억원까지(9억원 이하 주택) 대출이 가능했다. 반면 보금자리론은 신혼부부 및 다자녀에게 유리한 기준이며 한도 역시 3억6000만원~4억원 가량으로 대폭 낮아진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자를 제외하면 대상 주택가격이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실수요층의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규모 자체도 44조원에서 10조원으로 대폭 삭감돼 출시 직후 신청이 집중되는 이른바 '오픈런'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당국 "신생아대출로 분산, 필요시 5조원 추가 공급"
이에 금융당국은 기존 특례 이용자 중 적지 않은 비중이 신생아특례대출로 빠지기 때문에 실제 보금자리론 수요는 예상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출시되는 신생아특례는 2년내 출산(입양)한 가구를 대상으로 총 26조원 가량 공급을 계획중이다. 소득한도가 1억3000만원으로 보금자리론보다 두배 가까이 높고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기존 특례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특례를 세분화해 비교적 소득이 낮은 가구는 보금자리론으로, 소득이 높은 가구는 신생아특례로 구분해 지원하기 때문에 특정 상품에 과도한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2024.01.26 peterbreak22@newspim.com |
또한 보금자리론 공급이 부족할 경우 최대 5조원까지 추가로 투입, 서민층 지원이 부족한 사태를 막겠다는 방침이다.
김태훈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올해 서민 주거 정책 자금이 굉장히 많이 공급되는 점을 감안해 보금자리론 규모를 정했다"며 "올해 전체 정책모기지 규모는 40조원으로 과거 10년간 연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
◆대출 사각지대 우려, 가계부채 추이 '변수'
반면 시장에서는 정책모기지 방향이 결혼과 출산에 과도하게 집중돼 그렇지 않는 가구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출산 해소를 위한 취지는 이해하지만 대출 '사각지대' 우려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이가 없는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의 가구가 대표적이다.
당국은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를 유도해 이같은 우려를 해소한다는 방침이지만 정작 금융사들은 부담스러운 눈치다. 이미 스트레스 DSR 도입 등 대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준비중인 상황에서 장기모기지 확대는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렵다는 고충도 토로한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이 너무 늘면 은행 책임론이 커지고 반대 상황에서는 실수요 차주를 외면한다는 지적을 받기 좋은 상황"이라며 "일단 시장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응해야 할것으로 보인다"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