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손정민 사망 발생 후에도 한강공원서 의문사
CCTV 증설했지만 사각지대 여전해
전문가 "CCTV 만병통치약 아냐…자연적 감시 설계 필요해"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고(故) 손정민 군의 사망 사건이 벌어진 이후 3년간 한강 인근 폐쇄회로(CC)TV 설치가 보강됐지만 또다시 한강 공원에서 의문사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한강 공원의 감시 체계에 대한 근본적 해결 방안 마련이 촉구된다.
지난 19일 서울반포한강공원 인근 손군 추모 공간에서 손군 1000일 추모제가 열렸다. 해당 추모제에 앞서 검찰은 손군의 실종 당시 같이 있던 친구 A씨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서울=뉴스핌] 송현도 기자 = 지난 19일 서울반포한강공원서 열린 고(故) 손정민 군 1000일 추모 헌화제 2024.01.22 dosong@newspim.com |
손군은 지난 2021년 4월 24일 오후 11시부터 서울반포한강공원 수상택시 승강장 근처에서 A씨와 술을 마시다 돌연 실종됐다. 사라진 손군은 5일 후 사망 현장 인근 수중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이후 유가족 측이 손군의 사망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면서 세간에 손군의 사망 경위가 화두에 올랐다.
이후 손군의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사고 후 두 달 뒤인 6월 범죄 혐의점이 없다는 이유로 내사 종결 처분했다. 유가족 및 지지자 측은 꾸준히 의문을 제기하며 A씨를 폭행치사·유기치사 혐의로 고소했지만 역시 그해 10월 불송치 결론이 났다. 그 과정에서 손군의 사망 사건 전후 정황이 담긴 CCTV가 담기지 않은 점이 당시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에 서울시는 공원 내 CCTV 설치를 대폭 확대했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 당시 6월까지 서울 한강공원에 400대가 넘는 CCTV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을 냈다.
그에 따라 현재 한강 내 서울시가 관리하는 CCTV는 2년이 넘는 사이에 2배 가까이 늘었다. 22일 서울시 미래한강본부에 따르면 한강공원에 설치된 CCTV는 지난해 12월31일 기준 1860대로, 이 중 본부가 관리하는 CCTV는 1045대다. 지난 2022년 438대가 대폭 증설된 데 이어 지난해 58대가 추가 설치됐다.
하지만 CCTV 증설 이후에도 한강 내 또 다른 의문사가 발생하면서 한강 공원 내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지난 6일 서울 광진구 올림픽대교 인근에서 한 30대 여성 B씨가 가슴에 흉기가 찔린 채 시신으로 발견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B씨는 사망 당일 오후 1시쯤 경기도 이천시의 자택에서 나와 오후 7시30분쯤 올림픽대교 인근 한강공원으로 진입했다. 이후 B씨의 시신이 발견된 건 그로부터 37분 후였다.
경찰은 여러 정황을 살펴본 결과 B씨의 타살 가능성에 큰 무게를 두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시신에 주저흔이 없다는 점과 가슴에 흉기가 관통한 것이 결정적 사인이라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사망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경찰은 인근 CCTV 정황을 파악해 그사이 사망 장소에서 B씨와 접촉한 타인의 정황은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정작 B씨의 사망 직전 상황이 나온 CCTV 영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건이 발생한 광나루 인근의 CCTV는 민간을 포함해 131대다. 광나루 한강공원 면적 기준 1만1868㎡마다 한 대가 설치된 것으로 CCTV 증설만으로 넓은 공원 전체를 감시하기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CCTV 설치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며 한강의 공간 개선 등의 감시체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한강에 단순히 CCTV 증설을 통해 범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건 근시안적인 개선책이다. 이를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보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CCTV 외에도 다양한 수사 기법 및 활용하는 것이 수사 진척에 효율을 높일 것"이라며 "또한 한강과 같은 시민들이 자주 접근하는 생활 공간에서 범죄 안전을 낮추는 공간 설정이 필요하다. 아파트 베란다를 놀이터 쪽으로 향하게 해 자연적 감시를 높이는 설계 방식이 대표적인데 이처럼 한강 내 사각지대를 줄이는 다양한 방법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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