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얼마 전 국회에서 '개 식용 금지법'이 통과된 뒤 한 원로 여배우의 이름이 가물가물 떠올랐다. 브리지트 바르도다.
1950~60년대 미국에 마릴린 먼로, 이탈리아에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가 있다면 프랑스에 브리지트 바르도가 있다라고 할 정도로 유명 배우다. 그녀는 1994년 당시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은 야만인"이라며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개 식용 금지를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정탁윤 사회부 차장 / tack@newspim.com |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정부가 대대적인 개 식용 중단 캠페인을 벌였을 때 한국인은 사철탕, 영양탕으로 이름을 바꿔 보신탕을 먹었다. 올림픽이 끝난 이후 개고기 단속도 흐지부지됐고 개고기 유통·판매는 계속됐다.
이후 또 한번의 대규모 국제행사인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개식용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100년도 넘은 오래된 식습관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맞느냐는 '사회적 합의' 부재속에 최근까지도 한국인들은 개고기를 먹고 있다.
외국인들로부터 '야만인' 소리를 들어가면서도 특히 여름 복날 즈음에 개고기를 먹던 한국인들의 입맛(?)도 점점 변했다.
한 조사에 따르면, 1998년 6000개가 넘던 개고기 식당은 최근 1600여곳으로 줄었다. "지난 1년간 개고기를 입에 안 댔고 앞으로도 먹지 않겠다"는 응답이 95%란 설문조사 결과도 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여름 복날에 조차 개고기를 먹는 문화는 사라지고 있다. 특히 MZ세대들에게 개고기 식용은 딴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고 한다.
여전히 개 식용을 찬성하고, 즐기는 국민들도 있기는 하다. 과거 일부 의사들이 수술한 환자에게 개 고기를 권할 정도로 영양학적으로 개 고기가 우수하다는 편견도 남아있다. 전통문화이고, 개인의 먹을 자유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타당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고 불법적으로 도축되는 반려견을 먹는 것을 전통이란 이유로 놔둘 수는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다.
앞으로 3년 정도가 지나면 개를 먹고자 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다만 "용산 대통령실 앞에 200만 마리 개를 풀겠다"며 반발하는 육견협회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육견협회는 영업손실에 따른 개 1마리당 200만원의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유예기간도 3년이 아니라 최소 7년을 달라는 입장이다. 현재 개 농장에서 길러지고 있는 최소 50만~100만 마리의 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정부는 지금부터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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