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파라 인수, 인지도와 영업 등에 메리트
향후 보험 시장 편입시 마케팅에 더 도움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루닛이 볼파라를 인수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으로 시장을 확장하기 위함이다. 의료 AI 분야에서 미국은 시장의 50%를 차지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루닛은 해외 매출이 전체 누적 매출의 약 86.5%를 차지할 정도로 유럽·중동·아시아 진출에 속도를 냈지만 미국 진출에는 번번이 어려움을 겪었다.
◆ "인지도·영업망 등 볼파라 인수 효과 높아"
20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은 이번 볼파라 인수로 미국 진출에 유리한 고점에 섰다는 평가가 많다. 국내 기업이 자체적인 유통망을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미국 내 모든 비즈니스를 볼파라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미국인들에게 한국 기업은 인지도가 낮아, 루닛의 경우 볼파라 브랜드를 이용하는 게 영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진=루닛] |
미국 시장의 특수성에서 오는 어려움도 볼파라의 전문성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도권에 상급 종합병원이 몰려 있어 영업이나 마케팅이 상대적으로 편리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국토 면적이 넓고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병원이 흩어져 있다 보니 많은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리베이트가 합법이기 때문에 물량공세를 펴는 글로벌 기업과 겨루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게다가 미국에서 의료 AI 기업이 진출한 사례가 많지 않음을 감안할 때 루닛은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다. 현재 진단 검사 분야에서는 미국의 '딥헬스', 네덜란드의 '스크린포인트', 인도의 '큐얼닷에이아이' 정도가 기기를 상용화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루닛을 제외하고는 코어라인소프트가 유일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유통 채널을 확보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10억원 가량의 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주요 경쟁사로 손꼽히는 메디컬 센터 운영사 레드넷(RadNet)과 비교해도 볼파라는 앞서간다. 올해 3분기 기준 레드넷은 미국에서 자체 메디컬 센터 366개를 보유한 회사로, AI 솔루션 개발사를 인수해 인공지능을 진단에 적용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진단 시장에서 얼만큼 ai 솔루션이 쓰이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는 볼파라 42%, 레드넷 35%로 비슷하지만 이를 산출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볼파라가 사업 개발 속도가 더 빠르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루닛은 볼파라의 데이터가 동양권 여성의 데이터를 학습한 루닛의 유방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와 최근 미 FDA 허가를 획득한 3차원 유방단층촬영술 AI 영상분석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DBT'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美 보험 시장 유입되면 판매에 큰 도움될 것"
루닛·볼파라의 다음 과제는 보험 시장에 유입되는 것이다. 국민 전체가 의료보험에 가입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사보험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사보험에 유입돼야 매출 규모가 커진다. 이때 사보험 시장은 공보험인 '메디케어'에 따라서 가격이 정해지기 때문에, 루닛 역시 메디케어에서 보험 수가를 받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보험 시장에의 진입은 병원에서 AI 의료기기를 들이는 유인책이 된다. 의료인이 새로운 기기를 들이는 과정에서 일종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업계 관계자는 "AI 의료기기는 기존에 없던 기술인지라 보수적으로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에 편입되는 게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의료기기가 보험 시장에 유입되지 않아도 판매할 수 있어 큰 이슈는 아니라고 반박하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의료기기와 의약품을 다르게 취급해, 보험 시장에 필수적으로 유입돼야 하는 의약품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으로 의약품은 FDA 승인을 받지 못하면 팔 수 없는 반면, 의료기기는 FDA 승인으로 부수적인 마케팅 효과를 얻을 뿐 판매는 가능하다.
루닛 관계자는 "보험 시장은 먼 미래고 미국 시장에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였다고 본다"며 "FDA 승인을 받았다고 판매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볼파라 인수로 판매에 대한 실마리를 마련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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