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공급망기본법 국회 본회의 통과
경제안보 품목 지정·관리, 지원근거 담겨
가성비 좋은 중국산 의존도 여전히 높아
유사시 수입대체비용 지원방침 명시해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경제부장= 중국 정부가 요소 수출을 통제하면서 2년 만에 다시 요소수 논란이 일고 있다. 흑연과 갈륨, 게르마늄 등 품목도 때마다 위기론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일부 온라인 사이트에서 요소수 가격이 급등하고 품귀현상까지 보이자 정부는 부랴부랴 수급대책에 나섰다. 2년간 관련 법 개정을 외면했던 국회도 지난 8일 '공급망기본법'을 늑장 처리했다.
◆ 공급망기본법 2년만에 제정…위기 닥쳐야 행동
최영수 경제부장 |
늦게나마 '공급망기본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위기가 닥쳐야 행동에 나서는 국회의 늑장 대응은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이번에 제정된 공급망기본법에는 ▲정부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설치 ▲경제안보 품목 지정·관리 ▲기업의 공급망 안정화 사업 지원 ▲수입국 다변화·생산기반 마련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 마련 ▲공급망안정화기금 설치 등 공급망 안정을 위한 기본적인 조치들이 담겼다.
정부의 긴급조치와 국회의 관련 법 통과로 일단 시장에서도 요소수 수급이 진정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국내 주유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요소수의 평균 판매가격은 1602원 수준으로 평시(1300~1800원)와 비교할 때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또 전국 주유소의 96.5%가 요소수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아직 불안감은 남아 있다. 국내 요소 재고량이 당초 3개월 분량에서 4.3개월 분량으로 늘었지만, 중국의 수출 통제가 지속되는 한 업계는 제 3국에서 10~30% 정도 높은 가격을 주고 원재료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 수입 대체비용, 예측 가능한 지원시스템 만들어야
기업 입장에서는 당연히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원재료 수입 비용을 한푼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은 인지상정이다.
때문에 어렵게 만든 공급망기본법이 업계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누구나 예측 가능한 지원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지원할 수 있다' 정도의 법령으로는 정부가 원하는 대로 기업이 알아서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2년간 '수입 다변화'를 외쳤지만 업계의 중국의존도가 더욱 높아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공급망기본법을 뒷받침하고 업계가 신뢰할 수 있는 시행령과 고시 등 관련 법령과 규정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정부가 특정 품목을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는 순간 제3국에서 수입하는 대체비용을 전액 정부가 지원하는 시스템을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업계 스스로 초과비용을 들여서라도 수입에 나설 수 있는 동기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업계 상위의 기업들에게 반강제로 책임을 부여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고, 수급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재정당국 입장에서는 늘 '그때마다 판단해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예측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라면 업계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업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는 것, 그것이 위기를 예방하는 정책의 핵심이다. 동시에 중국 정부가 외교나 통상정책에서 수출 통제를 '길들이기' 카드로 쓸 수 없도록 만드는 궁극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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