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산업안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토목·건축 업종만 안전관리자 경력조건 인정
전기·통신·소방 등 다른 분야도 인정해 줘야
[세종=뉴스핌] 이경태 기자 = "대기업은 안전관리자를 현장인력으로 겸직시켜 비용부담없이 안전관리를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은 7000만원에서 1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주고 안전관리자를 별도 채용해야 할 판입니다."
정부가 안전관리자 확대 제도를 개선하고 있는 상황에서 A 중소 전문건설업체 대표가 이렇게 하소연했다.
정부가 공사장의 현장경력자에 대한 조건을 완화해 안전관리자로 선임할 수 있는 제도를 추진중이다. 다만 현장에서 제도가 시행될 때 대형건설사에는 유리하고 중소 전문건설업체의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정부세종청사 [사진=고용노동부] |
고용노동부는 현장 안전관리자 및 안전보건조정자 선임에 관한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달 30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제도 개선에 나섰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는 안전관리자를 둬야 한다. 다만 최근 안전관리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당수 공사현장에서는 현장 실무경험을 갖춘 안전관리 인력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부는 건설업 안전관리자 양성교육을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하던 데서 오는 2025까지 연장했다. 비건설업에도 실무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양성교육을 이수한 경우 중소기업의 안전관리자로 선임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안전보건조정자의 선임 자격을 건설안전 분야 실무경력이 있는 산업안전기사·산업기사 자격 취득자까지 확대했다.
겉으로 보면 공사비 50억원 이상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현장에 숨통을 틔워주는 정책으로 볼 수 있다.
인명 사고가 발생한 경기 의왕시 고천동 안양천 정비사업 송수관 확장공사 현장 모습 [사진=뉴스핌DB] |
그러나 중소기업이 대부분 포함된 전문건설분야 공사업체들은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이번 시행령 추진은 안전관리자 자격 확대 취지에도 불구하고 전기공사를 비롯해 통신, 소방공사 등 전문건설업 분야가 배제될 처지에 놓이면서 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실제 고용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안은 안전관리자의 자격과 관련,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토목·건축 분야의 중급기술인 이상의 사람을 조건으로 두고 있다.
전문건설업계에서는 토목·건축 분야는 대형건설사에 해당할 뿐 중소기업이 대부분 포함된 전기공사법, 정보통신공사업법, 소방시설공사업법 등에 따른 중급기술인 이상인 사람으로 조건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문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공사와 관련돼 각 개별 공사업법의 산업안전보건법 적용에도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전기공사업을 빌롯해 통신, 소방공사업은 산업안전보건법 건설공사에 포함돼 건설업으로 분류되는 게 맞기 때문에 이번에 대상에서 배제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건설기술진흥법처럼 개별 법령에서 초급~특급에 이르는 등급별 기술자를 별도 운용중이기 때문에 토목, 건축 분야에만 기술인을 인정하는 것이 명백한 차별이라는 점이 거듭 강조됐다.
실제 공사현장에서 대형건설사는 기존 현장직원을 안전관리자로 겸직시키면 된다. 반면 중소건설업체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에 설정된 비용에서 7000만원에서 최대 1억원 수준의 연봉 만큼을 떼어내 안전관리자를 별도로 채용해야 하는 실정이다.
발주처가 제공하는 안전관리비에서 안전관리자의 연봉을 떼어내서 지급하면 그만큼의 기존 안전관리비용을 중소건설사가 대신 물어내야 한다.
전문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일부에서는 전문건설분야에서의 안전관리자를 허용하면 토목·건축 분야로 침범하지 않겠냐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분리발주된 전문건설공사에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며 "안전관리자 부족현상이 더욱 심화될텐데 중소기업은 웃돈을 주고 안전관리자를 모셔와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일각에서는 산업기사 자격을 취득한 고령자를 채용해 행정적으로만 안전관리자를 두는 등 편법이 성행할 수 있을 것으로도 지적한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금 입법예고를 진행하고 있고 일부 접수된 의견을 토대로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답했다.
biggerthanseou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