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연매출 1200억원 제시...실제는 10분의 1 수준
'기술특례상장제도'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기업 피해 우려
"광범위한 제도개선 통해 도입 취지에 맞게 운영돼야"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결국 터질게 터진 거죠."
국내 최초 반도체 팹리스(설계) 유니콘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파두의 '뻥튀기 상장' 의혹으로 시장이 큰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기술특례상장제도로 지난 8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파두는 이후 처음으로 공개한 분기 실적에서 매출액이 올해 2분기 5900만원, 3분기 3억2100만원이라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터졌다.
파두가 상장전 제출한 연매출 추정치 1203억원과 상당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시가총액 1조5000억으로 상장해 한때 2조원을 넘겼지만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절반도 안 되는 규모로 쪼그라들었다. 주주들은 IPO 사상 첫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금융증권부 이윤애 기자 2022.07.12 yunyun@newspim.com |
시장에서는 파두가 상장 전 의도적으로 매출 부진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기 상장'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파두의 상장 절차를 되짚어보면 6월 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7월 IR을 진행, 8월 코스닥 상장을 완료했다. 6월 말 당국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인데, 연매출 1203억원이라고 신고한 점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상장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지난 2021년 12월부터 올해 6월29일까지 파두에 대한 기업실사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상장 직전인 2분기 실적 부진을 알고도 투자자에게 의도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금융감독원은 현재 주관사가 이를 알고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 보고 있다. 만일 증권신고서 내용이 허위인 것을 알고서도 눈감아줬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다만 이들 증권사는 회사 측이 예측하지 못했던 실적을 주관사가 알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논란은 파두가 상장에 이용했던 '기술특례상장제도'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번졌다. 기술특례상장이란 현재 수익성은 낮지만 높은 기술력과 성장성을 가진 기업들이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심사 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다. 2005년 도입돼 매년 꾸준히 기업들이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했다. 올해도 현재까지 30여개의 기업의 기술특례를 통해 상장했지만 이들 대부분이 적자를 기록하고, 주가는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부실 검증'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술특례상장 전체로 불신이 확대되는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기술특례상장을 폐지해야 한다는 과격한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보완해 도입 취지에 맞게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거래소에서 주관사의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하는 기술특례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은 이례적으로 공모 절차를 진행 중인 LS머티리얼즈에 최근 실적을 담은 정정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언 발에 오줌누기식' 대책이란 비판이 나온다. '제2의 파두 사태'를 막기 위해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이를 토대로 광범위한 제도개선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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