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기업의 변화는 고객사 니즈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
매출에서도 다수 클라우드·AI 수요 확인
[서울=뉴스핌] 조수빈 기자 = 국내 시스템 통합(SI) 대기업들이 클라우드에 이어 인공지능(AI)을 통한 외연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 그룹사 전산 시스템으로 IT 역량을 쌓은 후 AI 전환으로 시장 확대에 총력을 다하는 모습이다.
SK㈜ C&C는 코드 작성부터 디지털ITS 프로젝트 관리까지 한 번에 지원하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코딩 서비스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사진=SK㈜ C&C] |
IT 서비스를 제공하던 SI 기업이 클라우드와 AI 전환으로 눈을 돌리게 된 배경에는 늘 '고객'이 있었다. 고객이 원하는 솔루션을 구현해주는 것이 SI 기업의 역할인만큼 AI 전환도 고객사의 요구에 따른 발빠른 비즈니스 확장 전략 중 하나였다.
◆기업 전산실에서 신사업으로 역량 확장하는 SI 기업
SI 기업의 변화를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지금의 SI 기업은 기업의 전산실에서 출발했다. 기업의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데이터센터가 구축되면서 관련 전문가들이 육성되기 시작했고 그룹사에서 IT 회사를 별도로 분리해낸 것이 SI 기업인 것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S, LG CNS의 올해 반기보고서 기준 SI 기업의 매출액 대비 특수관계자 등과의 거래 비율(내부 거래 비율)은 삼성SDS가 69.4% LG CNS가 49.4%를 기록하고 있다. SK㈜ C&C의 경우 SI 사업 부분 별도 내부거래 비중을 공시하진 않지만 대략 50% 내외로 추정된다.
SI 대기업들은 사업 특성상 삼성, LG와 같은 그룹사 내부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자사 실적에 그룹사 실적의 영향이 크다는 리스크가 있었다. 내부거래는 수주 물량이 계열사로 한정돼 수익성이 낮다는 사업적인 약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삼성SDS, SK㈜ C&C, LG CNS 등 국내 대표 SI 기업들은 디지털 전환과 같은 고객사 수요에 힘입어 클라우드, AI 사업 등 신사업 수주를 늘리며 각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LG CNS가 기업 고객을 위한 생성형 AI 플랫폼 'DAP GenAI'를 출시했다. 사진은 LG CNS 직원들이 생성형 AI 플랫폼 'DAP GenAI'를 소개하는 모습. [사진=LG CNS] |
클라우드가 등장하게 된 것은 IT 서비스 고도화 과정 중 하나였다. 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상호교환, 비용 절감 측면에서 서버 가상화를 원하는 고객사들의 요구가 늘어났고 SI 기업도 이에 대응해 클라우드 사업으로 자연스럽게 영역을 확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사내 전산실에 일일이 서버를 구축해야 했다면 이제는 인터넷만 있으면 서버, 데이터베이스(DB) 등 기업 운영에 필요한 IT 자원을 가상 공간인 클라우드에 구축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연결할 수 있고 통합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관리해야 할 데이터가 커질수록 그 니즈도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바로 이러한 고객사 니즈가 폭발적으로 확장된 시기다. 비대면 서비스 확장과 함께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기업들이 다량의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클라우드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SI 기업들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CSP, 혹은 클라우드를 관리해주는 서비스 MSP로서 클라우드 생태계에 진출했다. 업계에선 국내에서 CSP와 계약해서 클라우드로 자사 데이터를 누락없이 옮길 수 있는 디지털 역량을 가진 기업이 많이 없기 때문에 MSP 부문 수요는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SDS 동탄 데이터센터 전경. [사진=삼성SDS] |
◆AI 진출은 당연…"고객이 원하니까"
생성형 AI 수요가 확장되면서는 SI 기업도 기업용 생성형 AI 개발에 착수하는 등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어야 하는 만큼 비용 효율화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니즈도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AI는 존재했으나 데이터 작업, 컴퓨터 자원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가 없었다. 단적인 예로 그 당시엔 데이터 처리를 위해 만 개의 서버가 필요했다면 클라우드는 반 개 서버로도 처리가 가능하다"며 "비용 효율성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SI 업체는 디지털 메뉴를 요리해주는 '요리사'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객 매출도 클라우드, AI 등 신사업에서 다수 발생하는 추세다. 삼성SDS의 3분기 클라우드 사업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7.3% 성장하며 분기 최고 매출액인 4707억원을 기록했다. 삼성 클라우드 플랫폼(SCP)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자(CSP) 사업 매출이 전년 동기 49% 성장했고 클라우드 관리 서비스(MSP) 사업 매출은 금융 업종의 클라우드 전환·구축 사업 수주와 항공 업종의 애플리케이션 현대화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 증가했다. 삼성SDS는 클라우드 시장에는 다소 늦게 진출했지만 CSP, MSP,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모두 제공할 수 있는 사업자라는 방면을 강조하고 있다.
LG CNS는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89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6.4% 감소했지만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익은 266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올랐다. LG CNS 측은 "클라우드, 금융 및 정보 기술(IT), 스마트 팩토리 등 DX 전환 확대의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LG CNS는 사내부터 DX를 직접 실험하며 그룹사인 LG AI 연구원의 '엑사원'을 활용하는 등 생성형 AI 플랫폼 등을 운영하고 있다.
SK㈜ C&C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매출을 확대하고 있다. SK㈜ C&C는 별도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20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7.3% 증가했으며 클라우드와 생성형 AI, 디지털 팩토리 사업 등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대와는 달리 매출의 폭발적인 성장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업계에선 클라우드 이후 생성형 AI가 빠르게 시장에 진출하면서 개념 검증과 컨설팅에 시간이 다수 소요되고 있다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기업들이 생성형 AI에 대한 학습을 진행했고 내년부터는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의 상황 개선이 기대된다"며 "올해는 경제 침체 여파로 투자 집행이 미루어진 영향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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