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글로벌 문화관·원스톱 행정서비스...이주민 지위 향상 '일조'
시장 직속 다문화 가족 정책위원회 운영...초기정착 밀착 지원
[익산=뉴스핌] 고종승 기자 = 전북 익산시가 다문화 선도도시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21일 익산시에 따르면 이주민의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언어·문화 장변 극복, 경제적 자립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쳐온 결과 '글로벌 특별시 익산'으로 우뚝서게 됐다.
정헌율 익산시장이 다문화 야시장을 찾아 격려하고 있다.[사진=익산시]2023.11.21 gojongwin@newspim.com |
◆국내 베트남 교민 1500명 익산 찾아...익산 거주 2600여 교민 환대
지난 19일 대한민국 각지에 사는 베트남인 1500여 명이 익산에 모였다. 주한베트남대사관이 주최하고, 주한베트남축구협회가 주관한 제3회 VFAK(Vietnam Football Association Korea) 동향컵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이 대회는 한국에 체류하는 30만 명 규모의 베트남 교민 공동체가 추진하는 가장 큰 축구대회로 외국인 근로자부터 유학생, 결혼이민자 등 다양한 이주배경 주민들이 참가했다. 특히 이날 이영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수석코치가 직접 방문해 행사장에 열기를 더했다.
익산시에 거주하는 베트남인 2600여 명은 대회장을 찾은 동포들을 두 팔 벌려 맞이했다. 경기에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도 행사장 곳곳에서 고국의 언어와 먹거리 등으로 고향을 느꼈다.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정헌율 익산시장도 베트남어로 반가운 인사를 전하며 익산을 찾은 손님들을 환영했다. 정 시장은 응우옌부뚱 주한 베트남대사와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우정과 화합을 다지기도 했다.
◆사회적 약자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이주민 지위 향상
익산시는 이주배경 주민들의 사회적 지위와 권익 신장을 위해 깊은 고민을 거듭해왔다. 늘어난 이주민의 수만큼 이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이 함께 바뀌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이 급선무였다.
시는 이주민 개개인이 사회 안에서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해내는 자립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맞춰 행정의 방향도 이주민을 약자로만 보는 정책에서, 이주민이 사회 안에서 뿌리를 내리고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익산글로벌문화관'이다. 익산시는 2021년 11월 11일 전북 첫 세계문화 전시·체험 시설인 글로벌문화관을 개관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다문화 해설사와 함께 전시를 관람하며 각국의 전통의상이나 악기 등 다양한 세계문화를 체험한다.
글로벌문화관에는 세계 음식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과 카페가 입점해있다. 방문객의 세계 식문화 체험은 물론 이주배경 가족의 경제적 자립까지 고려해 마련된 공간이다.
시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입점 이주민에게 가게 장식과 부대시설 비용을 지원하고, 임차료도 저렴하게 제시해 창업의 진입장벽을 허물었다.
◆행정 문턱 낮춰...초기 정착 '원스톱 서비스' 밀착 지원
익산시는 행정 문턱도 대폭 낮췄다. 시는 외국인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제안된 정책을 시정 운영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 직속 다문화가족 지원 정책위원회를 운영하고, 결혼이민자를 임기제 공무원이나 다문화 해설사로 채용하는 등 사회참여 기회를 늘린 것도 소통의 결과다.
익산시는 언어나 문화적 차이에 가로막혀 생활이 어려운 이주민들의 기본 생활을 지원하는 복지 정책도 꼼꼼하게 챙기고 있다. 외국인 주민을 위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는 누구나 찾아오기 쉬운 익산역에 자리해 있다.
센터는 고용노동부와 법무부, 가족센터, 외국인상담소가 한 공간에서 기능적 협업을 이룬다. 외국인 근로자와 이주배경 가족, 유학생을 비롯한 다양한 체류 외국인들이 초기 적응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문제를 능숙하게 도울 전문가와 상주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전북도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을 대상으로 직접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외국인 주민 현장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에 체류 중인 외국인 주민들이 겪는 고용 문제 등 다양한 고충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그 지역을 찾아가는 사업이다.
이 제도는 근로시간 제약으로 상담이 어려운 외국인들의 시간·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통역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외국인 주민들의 초기 정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익산시가 공연활동 등을 다문화 선도도시로 우뚝서게됐다.[사진=익산시]2023.11.21 gojongwin@newspim.com |
◆ 다문화가족 생활 지원하는 '익산시 가족센터'
익산에는 다문화가족의 생활 지원에 초점을 맞춘 종합 서비스 기관도 있다. 2006년 송학동에 문을 연 익산시 가족센터다. 센터는 다문화가족의 조기 적응과 사회·경제적 자립 지원을 목표로 운영되고 있다.
20년 가까운 이력만큼 하는 일도 다양하다. 센터는 △다문화가족 아이돌봄서비스 △다문화가족 자녀 심리 지원 △고향 나들이 △이주민 부모초청 △국제운송비 지원 △다문화가족 사례관리 △자조모임 활성화 등 이주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시책을 발굴해 시행하고 있다.
또 다문화가족의 구성원들이 서툰 한국어 실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한국어 교실을 연중 운영해 이들이 장기적으로 지역사회에 잘 정착할 수 있는 용기와 힘을 불어넣고 있다.
센터는 내년 하반기 모현동에 건립 중인 생활SCC 복합시설 다우리(여성가족회관)로 둥지를 옮길 예정이다.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다문화 선도도시 전국적 관심...이주민 자조모임 '활력'
섬세한 익산시의 다문화 정책은 선순환 구조로 이어졌다. 먼저 지역에 잘 정착한 이주민들은 각국 자조 모임을 통해 새로운 구성원들의 적응을 돕고 있다. 실제 '익필단(익산 필리핀 공연단)'의 경우 전국 행사에서 공연 요청을 받는 등 모임 활동이 삶의 활력 요소가 되고 있다.
꼭 대단한 일을 하지 않더라도 자조 모임은 존재 자체로 서로에게 힘이 된다. 함께 모여 고향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낯선 곳에서 느끼는 소외감이나 외로움 등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렇기에 익산시는 자조 모임 활성화를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 10월 기준 8개 국가의 자조 모임에 속한 800여 명이 시 지원을 통해 활발하게 모임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익산시는 전국 다문화 정책 우수기관으로 인정받아 지난해 가족정책유공 국무총리 기관 표창을 수상했다. 또 지자체 외국인 주민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제9회 다문화정책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서로 다른 문화와 전통과 신념을 표현하는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인만큼 이주민들이 능력을 발휘할 여건을 조성해야한다"며 "앞으로도 이주배경 가족의 사회 통합과 지역사회의 안정적인 정착, 민관 협력을 통한 다각적 지원으로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도시 익산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gojongwi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