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타강사는 함부로 신고 못한다"며 범행 계획
사망한 주범에 책임 돌리려 했으나...유죄 인정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일타강사'로 불리는 여성 학원 강사를 납치해 돈을 뺏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기소된 40대 남성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강두례 부장판사)는 16일 특수강도미수와 강도예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모 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법원 로고. 2020.03.23 pangbin@newspim.com |
앞서 박씨는 김씨와 공모해 유명 여성 학원 강사를 납치해 돈을 빼앗을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려고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이들은 여성 강사의 수입, 나이, 결혼여부 등을 사전 검색해 제압이 쉬운 범행 대상을 물색했으며 일타 강사로 알려진 피해자 A씨의 사무실 위치와 출강학원 등을 파악하고 A씨를 제압할 흉기, 케이블타이, 청테이프 등을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5월 19일 A씨가 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뒷좌석에 올라타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위협한 뒤 납치하려 했으나 함께 있던 A씨 남편의 저항으로 범행은 미수에 그쳤고 김씨는 도주 6시간 만에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검찰은 이들이 또 다른 유명 강사 B씨를 미행하며 강도 기회를 엿본 사실을 파악하고 강도예비 혐의도 적용했다. 이들은 B씨의 학원과 주거지 등을 사전 답사하고 인근에서 잠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사건의 주범이자 사망한 김씨와 이 사건 범행을 공모한 사실이 없고 범행이 실현되지도 못했기 때문에 자신을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줄곧 혐의를 부인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 등에 의하면 피고인은 '일타강사를 납치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일타강사라 함부로 신고도 못한다. 운전해주면 5억원을 주겠다'는 김씨의 제안을 수락한 뒤 김씨와 함께 피해자의 수업 일정을 확인하고, 피해자 학원 앞 커피숍에서 대기하고, 피해자의 동선을 추적하는 등 이 사건 범행 준비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과 김씨가 사용한 핸드폰 통신조회 내역이나 차량 블랙박스 및 CCTV 증거 자료 등을 종합해 보면 피고인의 행위는 단순 방조에 그친 것이 아니라 김씨와 공범이라고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의 죄질이 좋지 않고 엄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피해자에게 협박을 넘어 실질적인 해악을 끼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참작했다"며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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