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더페이지갤러리,작가 대표작으로 개인전
독일표현주의 계보 잇는 'SF표현주의' 개척자
앙리 마티스에 오마주하는 매혹적 회화 15점출품
[서울 뉴스핌]이영란 편집위원=독일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인기 작가 안드레 부처(50·Andre Butzer)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Andre Butzer, Untitled, 2022, acrylic on canvas, 248×199 cm [이미제제공=The Page gallery] 2023.11.15 art29@newspim.com |
지난 11월 9일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대표 성지은)에서 개막해 오는 12월 30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개인전에 작가는 지난 30년간 형성한 자신의 회화세계를 대표하는 작품 15점을 출품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나 베를린과 베를린 서남쪽 반제호수가 있는 반제를 오가며 작업하는 부처는 요즘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작가다. 마치 어린아이가 그린 듯한 그림 같지만 볼수록 사랑스럽고, 매혹적인 그의 그림은 전세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작품전이 동시다발로 열리고 있다. 더페이지 갤러리 역시 수년간의 준비 끝에 한국에서의 첫 전시(아시아에서는 지난 2020년 상하이 명문 미술관인 유즈뮤지엄 이후 두번째)를 개최하게 되었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독일 SF표현주의'의 리더로 불리는 안드레 부처의 서울 개인전 전경. [이미제제공=The Page gallery] 2023.11.15 art29@newspim.com |
안드레 부처는 1990년대부터 독일의 표현주의와 미국 대중문화의 융합을 통해 자신만의 변화무쌍하고, 독특한 회화언어를 구축해온 작가다. 데뷔초 작가는 절규하는 인물화로 유명한 노르웨이 작가 에드바르트 뭉크와 자신을 동일시한 '나는 뭉크다'라는 타이틀로 비엔나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이후 프랑스의 세잔과 마티스, 독일 낭만주의 회화를 대표하는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심지어 미국의 애니메이터 월트 디즈니에 이르기까지 여러 국가, 여러 미술사조를 천착하며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끈질기게 탐구해왔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Andre Butzer, Untitled, 2022, acrylic on canvas, 194.5×524 cm. [이미제제공=The Page gallery] 2023.11.15 art29@newspim.com |
또한 냉전 이후 산업화 격랑이 휩쓸고 지나간 20세기말 속 인간의 삶과 죽음, 현대사회와 대량소비 등 20세기 정치 사회 경제 이슈들을 아우르며 인간의 실존적 의미와 회화의 유효성에 대헤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왔다. 추상과 구상, 표현주의와 팝아트, 미니멀리즘을 아우르며 마침내 작가는 자신만의 고유한 회화언어를 직조해내기에 이른다.
안드레 부처는 유럽 미술계에서 '독일 표현주의의 미래적 후예'로 불리며, 자신만의 회화 양식론인 '공상과학(SF) 표현주의'를 구축했다. 극단적 현실을 직시하고, 포용과 실험을 시도했던 작가는 '지멘스'같은 독일 기술기업의 로고에서부터 디즈니 만화의 톡톡 튀는 캐릭터까지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해 20세기 정치, 기술적 상징, 문화을 압축시켜 특유의 밀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불확실한 희망과 황폐함을 형상화한 이들 연작을 통해 작가는 초월적 진실을 이끌어내고자 했다.
이후 작가는 '나사하임'(NASAHEIM)이라는 가상의 유토피아적 영역을 창안해냈다. 색과 빛, 삶과 죽음, 진리와 같은 초월적 영역에 닿고자 한 실험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과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애너하임(Anaheim)을 합성한 '나사하임'은 우주 보다도 멀리 있으나,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할 수도 있는 이상적 영역을 뜻한다. 작가는 "나사하임은 모든 극단과 갈망, 기쁨이 평등함에 도달하는 곳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영적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뉴스핌] 'Wonderer(방랑자)라는 인물 캐릭터가 들어간 작품 앞에 선 안드레 부처. '원더러'는 자신을 상징하는 아이콘이기도 하다. [사진=이영란 기자] 2023.11.10 art29@newspim.com |
안드레 부처는 스스로를 '원더러(Wonderer:방랑자)'라고 칭한다. 끊임잆이 질문하고 갈망하며, 방랑하는 존재인 자신을 유기체같은 '별' 모양의 외계인으로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성모마리아를 연상케 하는 자애롭고 단순한 형상의 여인, 역사의 극단에서 평등한 중간상태를 나타내는 '평화-지멘스' 등 다양한 상징적 인물캐릭터를 연달아 탄생시켰다. 이번 서울에서의 전시도 이들 흥미로우면서도 사랑스런 인물화가 그 중심에 놓여 있다.
인물화들은 미국의 대중문화와 독일의 전후역사와 전통이 바탕에 깔려 있고, 그 바탕에 안드레 부처의 융합된 세계가 결합돼 총체적 균형상태를 구현한다. 그러나 정작 작가는 "인물 캐릭터라든가 형상을 만들려고 한 게 아니라, 내 안의 것을 그리다 보니 나온 것이다. 물론 작품 속 캐릭터들마다 이름도 있고 특징도 있는데 모든 것은 '여성'으로 수렴된다"고 말했다. 또한 "진정한 세계는 감춰져 있을 때 들여다보게 된다"며 그림 속에 숨겨진 진실을 감상자들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이어 "이번 개인전의 모든 그림은 존경하는 거장 앙리 마티스를 기리기 위해 그린 거다. 나는 마티스가 되려고 애쓰는 중인데, 제대로 마티스가 되려면 앞으로 반세기는 더 걸릴 듯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뉴스핌]이영란 기자= Andre Butzer, Untitled, 2022, acrylic on canvas, 100×69.5 cm [이미제제공=The Page gallery]2023.11.15 art29@newspim.com |
마티스에게 오마주한 작품답게 부처의 페인팅은 밝고 강렬한 빛과 색이 조화를 이룬다. 마티스 작품 속의 빛, 비율, 회화적 표현이 그에 의해 재탄생된 듯 그림들은 더없이 사랑스럽고, 강렬하며 매혹적이다.
안드레 부처는 스페인 마드리드의 티센-보르네미자 미술관(2023), 독일 프리드리히 재단(2022), 상하이 유즈미술관(2020), 벨기에 외펜 IKOB현대미술관(2018), 독일 바이에른 군 뮤지엄(2016), 독일 하노버 케스트너게젤샤프트 뮤지엄(2011) 등 전세계 주요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미국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독일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 독일 본 연방현대미술관, 미국 LACMA및 LA현대미술관, 미국 마이애미 루벨미술관, 한국 스페이스K, 중국 유즈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과 기관에 소장돼 있다. 무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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