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주가조작 사건 강력 '처벌' 자신감
이례적 강경발언 화제, "과하다" 지적도
양벌규정 관건, 사법기관 판단 지켜봐야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작정을 한 거 같다. 자신감이 넘친다. 칼을 제대로 갈고 나왔다는 느낌이다. 흐지부지 끝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를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사건과 관련해 포토라인에 세운 후 금융사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결의'에 주목했다. 비슷한 사건에서 보여준 금감원의 태도와는 차원이 다른, 일종의 비장함까지 느껴진다는 반응이다.
정광연 금융증권부 차장 |
특사경은 같은 혐의로 구속된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를 비롯한 3명과 카카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두 개 법인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 창업자에 대한 추가 송치도 예고한 상태다. 카카오의 창립 이래 최대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주가조작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그 사건에 연루됐다면 강력한 처벌은 당연지사다. 시장 교란에 따른 이른바 개미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카카오 그룹 전체에 타격이 이어지면 추가적인 피해도 불가피하다. 이미 카카오 계열 상장사는 앞다퉈 신저가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시장도 혼선이 예상된다. 당장 카카오뱅크 강제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최대 주주인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으면 현재 보유한 27.17% 중 10% 초과분에 대한 적법성을 상실할 수 있다.
이 원장은 이번 사태에 대해 "권력과 돈이 있는 사람들의 불법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경고를 해왔고 이에 대한 엄정대응과 신속한 대응을 강조해왔다"며 "경제적 이득 박탈을 가장 목적으로 하고 있고 불법거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기업적 내지는 경제적 구모가 있다면 달성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사회 정의"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그의 행보에서 정치적 맥락이 읽힌다는 반응도 나온다.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하게 점쳐지는 상황에서 부패한 재벌과 대기업을 향한, 검사 출신에 걸맞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전 국민에게 알릴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카카오 사태를 통해 보여준 신속한 행보가 검사 출신이 가득한 현 정부의 신뢰도를 어느 정도 높이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고려할 때 이 원장의 과도한 자신감이 후폭풍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이 원장은 검사가 아닌 금감원장"이라며 "특사경의 역할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위법 여부를 판단하는 건 사법기관의 몫이다. 너무 앞서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창업자 등에 대한 추가 송치가 끝나면 금감원의 역할은 일단 마무리된다. 공이 사법기관으로 넘어가면 이 원장의 '칼'과 '입'을 향한 관심도 당분간은 수면 아래로 내려올 전망이다.
그의 확신처럼, 과연 이번 사태가 불법을 자행한 재벌과 대기업을 향한 '사회적 정의'를 구현하는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peterbreak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