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자격정지 1년
[서울=뉴스핌] 배정원 기자 = 비위사실을 적발하기 위해 팀장의 사적인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한 공무원이 대법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대법원의 모습. 2020.12.07 pangbin@newspim.com |
지난 2020년 한 지자체의 도시환경사업소 하수과에 재직하던 공무원 A씨는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이용해 팀장 B씨와 방문자 C씨가 나누는 대화내용을 몰래 녹음해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측은 "B와 C의 대화는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지 않은 공개된 사무실에서 일과시간 중에 이루어졌고 자리에서 대화를 듣다가 자연스럽게 녹음했을 뿐"이라며 해당 대화가 통신비밀보호법에서 말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설령 B와 C의 대화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B의 비위행위를 적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녹음행위를 한 것이기 때문에 형법 제20조에 따른 정당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녹음한 B와 C의 대화에는 B의 딸의 생활습관이나 결혼의사 등 가족의 사생활과 밀접한 이야기가 포함돼 있다"며 "사생활에 관한 내용으로서 해당 대화는 통신비밀보호법의 보호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대화가 이뤄진 장소가 민원실 내에 있기는 하지만 민원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은 민원창구가 있는 부분에 한정되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대화가 이뤄진 장소가 일반 공중에 공개된 장소였다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적 감정이나 불순한 의도 없이 B의 비위사실을 적발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당 대화를 녹음했다고 주장하지만, 피고인이 B로부터 여러 차례 근무태도에 관해 지적을 받으면서 B에 대한 반감이 누적되고 있었던 정황이 드러났다"며 "피고인이 오로지 B의 비위사실을 적발한다는 공익적 목적에서 해당 녹음에 착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를 함부로 녹음하여 대화 참여자들의 사생활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해 그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초범인 점, 해당 녹음파일을 유출하거나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며 A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및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통신비밀보호법위반죄의 성립,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jeongwon10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