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국가기관들에 대한 감사와 감찰을 진행하는 국정감사가 3주차에 접어들었다. 이번 주 종합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되는 이번 검찰 국감은 예상했던 것처럼 '이재명 국감' 위주로 진행됐다.
정권 교체로 인해 여야도 바뀌었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신분도 바뀌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해, 야당인 민주당은 검찰에 대해 공세를 펼치는 모습은 3년째 계속됐다. 2024년 국감에서도 똑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안타까운 생각마저 든다.
적어도 이번 국감 중 파행으로 마무리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난해보단 나아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국감의 수준이 올라갔느냐라고 묻는다면 섣불리 '네'라고 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
사회부 김현구 기자 |
가장 인상 깊으면서 인상이 찌푸려졌던 장면은 김영배 민주당 의원과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의 충돌이었다.
김 의원은 송 지검장에게 검찰이 이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해 수사하고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집단 뇌피셜', '투덜이 스머프'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송 지검장은 해당 의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이게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질문입니까'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사실 단어 선택이나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지 법무부·대검찰청 국감에서도 내용이나 흘러가는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이 피감기관의 장들의 답변은 중요하지 않거나 피감기관의 장이 본인의 원하지 않는 답변을 한다고 도리어 항변하는 의원들도 있었다.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피감기관의 장이 국감에서 답을 할 의무는 있지만, 국감이 이들을 혼내는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자체가 문제였다면 검찰의 수사 형태나 방식 등을 지적하면 될 일이다. 이 대표에 대한 수백회의 압수수색, 특검을 방불케하는 검사 수의 규모 등을 주장하기 위해선 누구나 납득할만한 근거를 들고 따져야 한다.
단순 우기기나 교묘한 말장난으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한 답변에 한계가 있는 검찰총장, 중앙지검장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이 국감의 목표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의도적으로 질문이나 발언 곳곳에 검찰, 또는 검사 개인을 흠집내기 위한 단어를 끼워넣는 것이 국민을 위하고 대신한 것인가라고 묻고 싶다.
사이가 좋진 않을지언정 이들을 한 나라의 주요 수사기관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존중은 보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여야 의원, 피감기관의 장이 치고받는 소위 '재미있는 장면'은 아니었지만 이번 국감에서는 외국인노동자나 이민 등 국가 현안에 대해 벌인 열띈 토론, 또 국감 내내 범죄피해자의 인권 문제를 강조한 이탄희 민주당 의원과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일부 의원의 수준 높은 질의도 돋보인 국감이었다.
2024년 국감은 조금 더 재미없는 국감이 되길 바란다.
hyun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