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 수 7.2명
OECD 국가 평균 12.4명…두배 많아
아일랜드 25.4명 최다…독일도 12명
지난 20년간 한국만 유일하게 내리막
복지의료 선진국들 2~3배 수준 늘어
[세종=뉴스핌] 정성훈 기자 = 한국의 의대 졸업생 수가 선진국 대비 터무니 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30년 가까이 의대 신설이 이뤄지지 않은데다, 의대 정원도 2006년부터 17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 한국 의대 졸업생 수…OECD 39개국 중 37위 '꼴찌' 수준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17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OECD 회원국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 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의대 졸업생(한의대 포함) 수는 7.22명으로 OECD 39개국 중 37위에 그쳤다. 꼴찌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8~9명대를 유지하던 한국의 의대 졸업생은 2008년(9.08명)을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2011년(7.87명) 7명대로 떨어진 이후에도 2020년까지 10년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오스트레일리아(호주)의 경우 2000년 7.36명에서 2020년 14.94명으로, 같은 기간 체코는 7.87명에서 16.5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또 유럽 내에서도 복지 선진국으로 불리는 덴마크는 2000년 8.3명에서 2019년 21.21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리투아니아 역시 2000년 6.89명에서 2020년 21.04명으로 3배 가까운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북유럽 국가 중 하나인 라트비아는 2000년 3.59명에 불과했던 의대 졸업생이 2021년 22.61명으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지난 20년간 인구 10만명당 의대 졸업생 수가 감소한 국가는 OECD 39개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도 2000년 5.9명에서 2020년 6.94명으로 1명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도 5.49명에서 6.93명으로 1.5명가량 증가했다.
한국의 의대 졸업생 수가 지속 감소하고 있는 건 1990년대 말 이후 30년 가까이 의대 신설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이유가 크다. 더욱이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17년째 3058명(40개교)에 묶여 있다. 의대 졸업생이 상대적으로 적은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초읽기…19일 발표 유력
이에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오는 19일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 의대 정원 확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대 정원 확대 규모와 이에 따른 정부 지원 방식 등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의료 당국인 보건복지부는 "의대 정원 규모, 발표 시기 및 방식에 대해서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설명했다.
서울 한 병원에서 의사 가운을 벗은 한 의사 모습 [사진=뉴스핌DB] |
의료계와 학계 등에서는 이번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규모가 1000명을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고령화, 일부 과목 쏠림 현상 등에 따라 필수 의료 분야(응급의학, 소아청소년, 산부인과 등) 인력 공백이 심화되고 있는데다, 지역 의료 불균형도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응급환자들이 응급실을 구하지 못해 구급차를 타고 '뺑뺑이'를 돌다 사망하는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지방의료원 등에서는 연봉 수억원을 주고도 의사를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재 의대 정원을 최소 두 배가량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윤 서울대 의대 교수는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의대졸업생은 OECD 국가 평균의 55% 수준(OECD 13.5명, 우리나라 7.4명, 2019년 기준)"이라며 "이 때문에 OECD와 우리나라 인구당 의사 수 격차는 더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OECD 국가 의사 수와 격차가 더 벌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우리나라 의대 정원을 2535명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의료서비스 수요 추계에 따라 추가적으로 필요한 의사 인력 규모는 2050년 기준 1만1000명~2만2000명 수준"이라며 "의대 정권 확대는 장기적 관점에서 효과적인 의료자원 배분의 선제적 대응을 위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js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