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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합병가액 산정방식 변경에 대한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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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유) 화우 변호사 이정환

지난 3월 27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업 M&A 지원 세미나'를 개최하고 기업의 M&A 지원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는데, 당시 논의된 주제 중 하나가 '합병가액 산정방식의 유연화' 방안이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시행령은 주권상장법인의 합병에 적용될 합병가액의 산정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와 같이 법령에서 정해진 방식으로는 진정한 기업가치를 반영하기 어렵고 시장의 자율성도 해칠 우려가 있으므로 이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현행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5 제1항에서는 주권상장법인이 다른 법인과 합병하려는 경우, 주권상장법인의 합병가액은 '합병을 위한 이사회 결의일과 합병계약을 체결한 날 중 앞서는 날의 전일을 기산일로 하여 ① 최근 1개월간 평균종가(배당락 또는 권리락이 있는 경우 그 날로부터 기산일까지의 기간이 7일 이상인 경우에는 그 기간의 평균종가), ② 최근 1주일간 평균종가, ③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기준시가)을 기준으로, 30%의 범위(계열회사 간 합병의 경우에는 10%의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한 가액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이 경우 '평균종가'는 종가를 거래량으로 가중산술평균하여 산정).

문언상으로는 상당히 복잡해 보이나, 결국 주권상장법인의 경우 일정 기간 동안의 주식시장에서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여야 하되, 일정 범위의 할인 또는 할증은 가능하다는 의미이다. 즉, 상장기업의 가치를 가장 객관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지표가 그 기업의 '주가'라는 것을 전제로,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정환 변호사 [사진=화우] 2022.11.18 peoplekim@newspim.com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는 이러한 규정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사례에서 크게 이슈가 되었다. 당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위 자본시장법 시행령 규정을 근거로 제일모직 보통주식을 159,294원, 삼성물산 보통주식을 55,767원으로 보고, 합병비율을 1:0.35로 결정하였는데, 이러한 합병비율에 대해 미국의 Elliott Associates L.P(이하 "엘리엇")가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문제 삼으며 총회소집금지 및 결의금지 등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하게 된 것이다.

위 가처분신청에서 엘리엇은 '(위 자본시장법 시행령 규정은) 합병가액 산정을 위한 일응의 기준에 불과하므로 형식적으로 이를 따랐다고 하여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이 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실질적으로 자산가치, 수익가치, 상대가치 등 시장가치 이외의 여러 요소에 대한 고려가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채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이 산정되었다면, 그 합병비율은 현저히 불공정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또한 위 시행령 규정에서 허용되는 할증도 하지 않은 것도 문제를 삼게 된다.

그러나 위 사건의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7. 1 자 2015카합80582 결정)과 2심(서울고등법원 2015. 7. 16 자 2015라20485 결정)은 모두 이러한 엘리엇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공개시장에서는 다수 투자자들의 자유로운 거래에 의하여 그 주가가 형성되는 것이어서 공개시장에서 형성된 주가가 해당 상장회사의 일정시점에 있어서의 가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주가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합병가액의 할인 또는 할증은 일정한 요건이 갖추어진 경우 반드시 할인 또는 할증을 하여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고, 자율성을 부여하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기존 대법원 판례에 기초한 것이다. 과거 증권거래법이 적용되는 사례이기는 하나, 대법원은 증권거래법과 그 시행령 등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 등에 기하여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였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하여 합병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7다64136 판결).

이러한 사례를 볼 때, 과연 회사의 '주가'가 그 회사의 가치를 항상 객관적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 수는 있을 것이다. 실제 이슈가 되었던 제일모직-삼성물산 사례를 차치하더라도, 실제로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치만 하더라도 그 회사의 시가총액 이상이어서 저평가 되어 있다는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나, 어떠한 불합리한 이유로 주가가 폭등하여 회사 가치가 심하게 고평가되어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 현재 자본시장법 시행령의 '기준시가'는 최대 1개월의 기간 동안의 주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간이라면 특별히 주가가 낮거나 높은 기간에 합병을 결정할 수 있고, 또한 어떠한 방식으로든 회사의 경영진이나 최대주주가 소위 주가를 '관리'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주가는 회사의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나, 어떠한 이유로든 주가와 회사의 실제 가치가 괴리되어 있는 경우가 발생될 수 있는데, 이러한 회사와의 합병을 하여야 하는 경영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주가가 아닌 다른 요소도 고려하여 합병비율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다만, 현재와 같이 자본시장법 시행령에서 합병가액 산정방식을 규정해 두는 것의 장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합병가액 산정방식이 결정되어 있으므로, 합병에 관한 협상에서 합병비율에 대해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만일 이렇게 합병가액 결정방식이 결정되어 있지 아니하고, 여러가지 평가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면, 이러한 평가방법의 결정을 위한 협상만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고, 설령 어떠한 결정을 하더라도, 사후적으로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경영진이 신속한 합병 결정을 하기 어렵게 할 수 있다.

결국 현재와 같이 주가를 기준으로 하는 합병가액 산정방식 자체를 폐기하기 보다는, 이를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기준시가'의 결정기간을 1개월 보다 장기로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나, 할증/할인의 허용범위를 보다 넓히는 것도 고려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작년에 대법원은 합병에 반대한 주주가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의 주식매수가격에 대해 '합병 사실이 공시되지는 않았으나 자본시장의 주요 참여자들이 합병을 예상함에 따라 시장주가가 이미 합병의 영향을 받았다고 인정되는 경우까지 반드시 이사회 결의일 전일을 기준으로 주식매수가격을 산정하여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결정하였다(대법원 2022. 4. 14 자 2016마5394, 5395, 5396 결정).

물론 위 사안은 주식매수청구권의 주식매수가격에 관한 사례이므로, 합병가액 산정방식에도 위 판결의 취지가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을 것이나, 합병가액 산정방식에 있어서도, 기준시가의 기산일을 보다 유연하게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합병가액 산정방식에 대해 진정한 기업가치를 보다 적절히 반영하기 위한 고민과, 급변하는 시장상황을 고려하여 신속하게 합병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고민이 모두 반영이 되어야 M&A시장에서의 합병이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정환 화우 변호사  

2003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2007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원(법학석사 수료)

2012년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2012년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2012~2014년 법무법인 율촌

2014년 법무법인 화우 입사 

2019년 미국 Georgetown University Law Center(LL.M.)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사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people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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