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관리원들 정부 상대로 임금 소송
1·2심 원고 패소…"본질적으로 다른 집단"
"업무 유사하더라도 처우 다를 수 있어"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공공기관의 무기계약직 근로자에게 일반 공무원과 같은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차별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무기계약직과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21일 국도관리원 김모 씨 등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법원 전원합의체. 2021.06.16 pangbin@newspim.com |
소송을 제기한 국도관리원들은 국토교통부 소속 각 지방국토관리청장과 근로계약을 맺었다. 이들은 국가공무원법상 공무원이 아닌 무기계약직 신분(공무직 근로자)으로 도로의 유지·보수와 과적차량 단속 업무를 수행했다.
국도관리원들은 운전직 및 과적단속 공무원들과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근수당과 성과상여금, 가족수당, 직급보조수당, 출장여비 등을 지급받지 못한 것에 대해 정부가 헌법상 평등원칙과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1·2심은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근로기준법 제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면서도 "원고들과 운전직 및 과적단속직 공무원들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집단에 속하지 않고 위 공무원들과 원고들을 달리 처우한 데에는 합리적 이유도 있다"고 봤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근로자를 고용한 사용자가 남녀의 성을 이유로 근로자를 차별하거나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전원합의체 판결의 쟁점은 국도관리원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공무원도 이들의 비교대상 근로자가 될 수 있는지 여부도 판단 기준이 됐다.
대법원장을 포함한 13명의 재판관 중 7명은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이들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공무원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한 차별적 처우 사유인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공무원은 동일한 근로자 집단에 속한다고 보기 어려워 비교대상 집단이 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공무원 보수는 근로의 대가라는 성격 외에도 안정적인 직업 공무원 제도의 유지를 위한 정책적 목적을 가지고, 공무원 조직의 특수성을 반영한다"며 "공무원의 봉급은 공무원의 종류, 계급, 직급, 호봉 등에 따라 결정되고 담당 업무를 기초로 설정돼 있지 않아 공무원이 아닌 근로자의 업무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해서 같은 처우가 보장돼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민유숙·김선수·노정희·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비교대상 근로자는 같은 종류의 업무 또는 유사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공무원을 비교 대상 근로자로 삼을 수 있다"며 "원고들의 무기계약직 근로자라는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해 피고가 수당과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에 합리적 이유가 없으므로 피고는 각 수당에 상당하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한편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국가와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 근로자에 대해 공무원을 비교대상자로 보고 근로기준법 제6조에 따른 차별을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첫 사례다.
대법원은 "공무원에 대한 관계에서 무기계약직과 같은 개별 근로계약에 따른 고용상 지위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함으로써, 근로기준법 제6조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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