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추석을 앞두고 불법 적치물을 방치하는 등 화재 예방 조처가 미비한 노후 주택에 대한 안전대책이 시급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추석 연휴 일 평균 화재 건수는 80건 정도다. 특히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후 첫 명절인데다 연휴가 긴 만큼 이동 및 방문이 많아 안전사고 증가가 우려된다.
19일 오전 서울의 노후 주택들을 찾아가보니 곳곳에 불법 적치물이 쌓여있거나 소화설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화재에 취약한 모습이었다.
![]() |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노후 아파트. 자전거 다섯대와 우산, 캐리어, 신문 등 불법 적치물이 복도를 점령하고 있다. 2023.09.19 allpass@newspim.com |
올해로 입주년도가 67년 된 용산구의 한 아파트에는 온갖 생활용품들이 복도를 점령하고 있었다. 자물쇠 끈으로 여러 대가 한꺼번에 묶인 자전거는 소화전 앞 공간을 차지했고, 일부는 계단 손잡이에 묶여있기도 했다.
50대 주민 김모씨는 "급하게 내려가다 다리로 자전거를 친 적도 여러 번"이라며 "한 층만 이런 게 아니라 층마다 다 이렇다 보니 위험해도 그러려니 한다"고 말했다. 우산이나 대형 목재 신발장을 현관문 앞에 두고 쓰거나 바구니, 플라스틱 통 등 개인용품을 창가에 올려놓은 집도 보였다. 주위를 둘러봐도 스프링클러나 소화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인근 54년차 노후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2층으로 올라가자 전력량계 앞에 택배 상자 20개가 쌓여있었고 양수기함은 덮개가 열린 채 방치돼 있었다. 소화기가 구비돼 있었으나 양 옆으로 우산이 꽂힌 통과 음식물, 박스, 의류가 가득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옥상에 설치된 실외기 다섯대는 낡은 전선 수십줄이 얽혀있는 채로 작동 중이었다. 아파트 입구에는 '무단투기 금지' 팻말이 무색하게 생활 쓰레기와 박스들이 보였고, 주차금지 구역에는 포터 차량이 주차돼 소방차 진입로를 막기도 했다.
![]() |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용산구의 노후 아파트의 복도에는 먼지 쌓인 소화기 양 옆으로 생활 용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2023.09.19 allpass@newspim.com |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상 아파트 화재 발생 시 복도·계단 등이 모두 피난시설에 해당 되기 때문에 물건을 두는 행위는 금지된다. 위반시 경우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적치물이 피난로를 막아 소방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치물 자체가 화재를 더 키우기도 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노후 주택들은 소방시설이나 건물 성능이 저하된 경우가 많아서 화재 발생시 더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이용 특성상 좁은 공간이기 때문에 복도나 공용 공간, 계단실에 적치물이 있을 경우 화재 진압에 장애를 끼치고 인명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재시 빠른 대비를 위해 가급적 적치물들은 모두 치우는 것이 좋고 계단실의 방화문도 불길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잘 닫아놓은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며 "옥상에 실외기를 설치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나 여러대가 모여있는 경우 화재시 불이 옮겨 붙을 수 있고 손상이나 노후화도 빨리 이뤄져 위험성이 커진다. 주기적으로 유지·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