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근 인력 감축해 확보한 2900명 현장 투입
형사 역할 및 순찰 강화...범죄 근절 효과 기대
형사·수사 역량 약화 및 업무 부담 증가 우려도
[서울=뉴스핌] 박우진 기자 = 경찰이 행정 및 관리 인력 축소와 부서 통합으로 확보한 인력을 기동순찰대 등 현장 인력으로 투입하는 조직개편안을 내놓았다.
개편안을 놓고 내부에서는 실제 치안 강화 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에상도 나오지만 업무 부담 증가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경찰관서 관리기능 인력 감축 및 치안현장 재배치 ▲범죄예방대응과 신설 ▲형사기동대·기동순찰대 운영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조직개편안을 전날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라 행정·관리 인력 등을 감축해 확보한 2900여명 중 2600명이 시도청 범죄예방대응과 소속 기동순찰대에 배치된다. 기동순찰대는 전 시도청에 설치되며 다중밀집장소, 공원과 둘레길 등 범죄취약지에 집중 배치해 예방순찰활동을 강화한다.
기동순찰대는 2014년 서울 강남 등 전국 10개 경찰서에서 운영을 시작해 점차 확대됐으나 현재는 6개 경찰서에서만 운영되고 있다. 기동순찰대는 경찰서 단위로 치안 수요가 많은 곳을 중심으로 배치됐으나 인력을 지구대, 파출소에서 차출하는 형태가 되다보니 불만이 제기돼 제도가 안착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이번 개편안에서는 시도청 단위에서 기동순찰대를 운영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경찰청 본청 조직개편안 [자료=경찰청] |
시도청과 경찰서 강력팀 일부인력을 전환해 전 시도청(세종, 제주 제외) 산하에 권역별 형사기동대를 신설한다.
형사기동대는 경찰청 개청 당시부터 있었으나 1999년 기동수사대로 존재했었다. 2004년 유영철 사건에서 각 경찰서와 기동수사대가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비판이 일면서 2006년에 광역수사대 체제에서 다시 2021년 강력범죄수사대로 개편됐다. 하지만 검거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춘다는 계획에 따라 다시 강력범죄수사대는 사라지고 형사기동대가 그 역할을 맡게 된다.
형사기동대는 유흥업소 주변 등 우범지역에 다수 인원을 집중 투입해 범죄분위기를 제압하고 조직범죄, 집단범죄 대응에 나선다.
경찰 내부에서는 개편안에 대해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개편안으로 현장 순찰 인력이 늘어나게 되면 실제 범죄 예방 효과가 나타날 것이고 형사기동대 등을 통해 형사 인력들이 선제적으로 나서서 범죄 예방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그동안 형사과는 신고가 접수된 사안을 다루는 경우가 많았는데 형사기동대가 신설돼 형사인력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범지역 순찰을 강화했을 때 범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서 범죄 사전예방과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일부 불필요한 인력들을 개편해 조직 정체를 해소하고 늘어나는 치안 수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편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부 기능에서 규모가 커지면서 관리, 행정인력이 늘어 조직이 정체된 부분이 있었는데 개편안을 통해 늘어나는 치안 수요에 대응하고 가용 인력내 재배치를 통한 구조조정, 쇄신을 이룰 수 있어 개편안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윤희근 경찰청장이 18일 오후 경찰 조직 개편에 관련해 백브리핑을 경찰청 기자실에서 열었다. 2023.09.18 leemario@newspim.com |
반면 현장에서는 신규 충원이 아니라 내부 인력 재배치에 그친 부분이나 순찰 강화가 오히려 신고 접수 사건에 대한 대응을 떨어뜨릴 수 있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서 뿐 아니라 지구대, 파출소도 인력이 부족해서 업무 부담이 크다고 하는데 신규 채용이 아닌 재배치만으로 수요가 충족될지 의문"이라면서 "순찰에 나섰다가 자칫 신고 접수된 사건 대응이 늦어질 수도 있고 형사가 순찰 업무까지 나서면 업무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형사기동대와 기동순찰대의 역할 구분이 명확히 이뤄져야 하며 업무가 겹칠 경우 순찰 뿐 아니라 다른 기능의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형사기동대는 강력범죄 등 형사사건 대응에 집중해야 하는데 순찰이나 방범활동까지 맡기는 건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형사기동대는 강력범죄 대응, 기동순찰대는 범죄예방 활동으로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조직개편안 관련 브리핑에서 "기동순찰대는 파출소 단위에서 이뤄지는 것을 선도하고 형사기동대는 그보다는 규모가 있는 우범지역, 유흥가 순찰에 집중해 특별예방을 하겠다는 취지"라면서 "많은 예방업무가 여청으로 종합됐는데 이들이 할 수 없는 분야인 폭력전과자나 조폭, 조직폭력배 관리 등도 형사기동대에서 감당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력팀 차출로 인한 형사, 수사 인력난 우려에 대해서도 "일선서 기준으로 전체 강력팀 18% 빼는 것이며 강력팀은 다른 팀 대비 업무량이 좀 적다는 평가들이 있었다"면서 "직접 인지도 하고 예방도 해야 하는데 발생 사건 사후에 수사에 집중하다보니 업무량이 적지 않냐는 자체 평가도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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