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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연두 "관람객 거시적 관점과 만나야 예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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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멕시코 한인 이주 서사에 주목
한국·멕시코 잇는 식물·사람 백년 여행기 주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정연두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매해 현대자동차가 국내 중진 작가 한명(팀)을 후원하는 'MMCA 현대차 시리즈'에 올해 작가로 선정됐다. 지난 6일 'MMCA 현대차 시리즈 2023:정연두-백년 여행기'를 개막해 내년 2월25일까지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14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선보이는 정연두의 대규모 개인전이다.

전시에는 신작 '백년 여행기'와 '상상곡', '세대 초상', '날의 벽' 4점과 '백년 여행기-프롤로그'(2022) 총 5점을 출품했다. 이 작품들은 20세기 초 멕시코로 건너간 한인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 설치작이다. 전시명인 '백년 여행기'는 1905년 영국 상선 일포드호를 타고 인천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 유카탄주의 수도 메리다에 도착한 백여 년 전의 한인 이주기를 의미한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연두 설치미술가 가 11일 오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개인 전시장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9.011 leemario@newspim.com

정연두(54) 작가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마주했다. 내로라할 만한 국제적인 비엔날레와 미술관, 갤러리 전시를 두루 섭렵한 정연두는 전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작가지만, 대중에게 '정연두'는 '이름'에 먼저 시선이 가는 작가다. 싱그러운 빛깔이 연상되는 이름. 이름의 뜻에 대해 물으니 정 작가는 "그럴 연(然)에 클두(斗)에요. 북두칠성 쓸 때 쓰는 '두'입니다. 연은 돌림자고요"라고 답했다.

'큰 사람이 되어라'라는 이름처럼 집안에선 누구나 인정할 만한 인물이 나오길 기대했을 거다. 더욱이 한의사이자 약사 일을 겸한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과 같은 일로 대를 잇기를 바랐을 것이고, 더욱이 아들은 이과생이었기 때문에 미술 작가의 꿈을 갖고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분필에 조각을 하면서 미술에 흥미를 느낀 정 작가. 이과생이었던 아들은 예대 진학의 뜻을 아버지께 밝혔고, 돌아온 것은 재떨이였다.

"아버지께선 지난해 돌아가셨는데, 제가 고2 때 미대에 가겠다고 말씀드리니 재떨이를 던지시더라고요. 잘 피했어요(웃음). 이과 공부를 하다말고 미대에 가겠다고 하니 집안이 아주 발칵 뒤집혔죠. 그래도 어머니께서 몰래 미술 학원도 보내주셨어요. 아버지께서는 제 미술 활동에 별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 나이 들어 아버지 댁에 가보니 제 전시에 대한 스크랩을 해놓은신 걸 어머니께서 보여주신적이 있어요. 저를 인정해주신 거죠. 제 전시는 안 보러 오신 줄 알았는데, 둘째날 항상 오셨다 하더라고요."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연두 설치미술가 가 11일 오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개인 전시장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9.011 leemario@newspim.com

작품 '세대추상'은 마주 보는 구조로 설치된 5m 높이의 2개 채널 영상이다. 멕시코 이주 한인 2~5세들로 연령은 1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다. 작가가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멕시코를 세 번 방문하면서 만난 여섯 가구와 한인후손들의 일상을 담았다.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은 1초당 500프레임 이상으로 편집돼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느껴진다. 영상이 느리게 움직이기 때문에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을 읽어보는 재미가 있다.

관객은 영상 설치작품의 구조상 어쩔수 없이 사적인 관계에 개입하게 된다. 그들의 관계와 사정을 유추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순간을 마주한다. 작가는 작품이 관람객의 이야기가 되는 순간이 비로소 '예술'이라고 했다.

"관람객은 어쩔 수 없이 동선상 사적인 관계에 낄 수밖에 없어요. 엄마와 딸의 영상이 나오는 부분에서 보면, 딸이 엄마의 흉내 내는 순간과 엄마가 딸의 모습을 흉내내는 장면이 시간적으로 살짝 어긋나요. 전시 큐레이터 선생님은 이민 세대간 이어지는 세월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석했지만, 작가로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저와 아버지가 굉장히 닮아있는 모습이 있다는 것을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어요. 예전엔 아버지에 대한 반항감 같은게 있었는데,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생각이 들더라고요. 부모와 자식 사이에 생기는 감정은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도, 한인의 피가 섞인 이주민들도요.  타인(관람객)의 사적인 관계에 들어와 있다할지라도 그들이(영상속 멕시코 이주민 후손들) 남들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고요."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연두 설치미술가 가 11일 오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개인 전시장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9.011 leemario@newspim.com

이번 전시는 구전으로 내려오는 백년초의 이주 설화에서 출발했다. 이 설화는 200여년 전 선인장 씨앗이 멕시코에서 쿠로시오 난류를 타고 밀려와 머나먼, 낯선 땅 제주도에 뿌리내렸다는 이야기다. 작가는 '백년초'의 '이식'은 멕시코로 이주해 불합리한 노동 계약으로 에네켄 농장에서 일하며 오랜 세월 뿌리를 내린 한인 이주민들의 정착기와 닮았다고 해석했다. 먼 거리를 지나 새로운 거세 정착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고 여러 사정과 사연이 담긴 지독한 세월에 대한 이야기는 '예술'을 통해 다수와 공감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사실 백년초 씨앗이 날려 옮겨왔다는 등 다양한 설이 있어요. 한가지 재밌는 건 존재한다는 것이죠. 다른 곳에 뿌리를 내린다는건 대단히 힘든 일이면서 그 동시에 그 뿌리를 내리는 자체의 힘의 심리는 느낄 수 있죠. 사람이든 식물이든 낯선 의외의 장소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줄 수 있는 흥미로운 요소죠."

작가는 정 반대의 것을 일상적인 이야기로 풀어내 관람객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남다른 감각이 있다고 평가된다. 이주와 정착, 세대간 차이, 한민족과 이국성, 식민주의의 상징인 '설탕'을 전 세계 농기구인 마체테 오브제를 만드는 등 관계 없는 것들을 묶고 연관성을 찾고 관계성을 맺는 작업을 한다. '예술'이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다고 정 작가는 설명했다. 그가 이러한 작업에 집중하게 된 건 지난해 9개월간 제주에서 진행한 레지던스 생활하며 만난 어르신과 대화에서 '낯섬 사이의 관계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연두 설치미술가 가 11일 오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개인 전시장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9.011 leemario@newspim.com

"지난해 2월부터 9개월간 제주도에 아티스트 레지던시 생활을 하면서 사탕수수를 키워보고 싶은 욕구에 제주 서남쪽 폐교의 온실에서 사탕수수를 키웠어요. 당시 동네 어르신이 사탕수수에 어떻게 물을 주고 키워야 하는지 관심을 보여줬고 미크로네시아와 폴리네시아의 차이, 시인 이상이 일본에서 쓴 편지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눴는데 이국적이고 낯선 것들 사이의 연관관계, 상상력의 고리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생각했죠. 다음으로 백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지구 반대편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면 내 이야기처럼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멕시코에서 자라는 열대 식물들인 무륜주와 에네켄, 노팔 선인장 등을 형상화화 오브제 설치와 더불어 LED 단채널 영상과 3채널의 공연 영상으로 구성된 4채널 영상 설치 작품 '백년 여행기'(2023)은 관람객들의 반응이 좋은 작품 중 하나다. 대형LED 채널에는 멕시코 한인 이민사와 관련한 기록들이, 나머지 3개 영상은 한국의 판소리와 일본의 기다유 분라쿠, 멕시코의 마리아치 영상이 나오는데 이 공연 영상은 LED 영상의 서사에 맞게 교차된다. 리드미컬한 영상의 움직임은 거대한 뮤지컬 무대를 보는듯하다. 보는 자체로 재미가 있는 다채널 영상 작품은 죽음과 상실을 선회환 이주의 굴곡진 여정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이주민들의 생생한 기록은 오감을 자극한다.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연두 설치미술가 가 11일 오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개인 전시장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9.011 leemario@newspim.com

"한인 이주사에 대한 기록 영상으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저게 하나의 코레오그래픽 된 영상과 음악 작업으로 보는 이들도 있어요. 장면 구성 요소에 무용 동작처럼 공연 영상이 편집되기 때문에 이주 서사의 강도가 가볍게 느껴질 거라 생각해요. 가수들이 서로 자신의 순서인듯 압도하는 화면과 영상의 템포도 이야기 전달방식으로 쓰였고 주제의 무거움을 훨씬 덜어줬다고 생각해요. 제가 멕시코에 갈 때마다 자극을 받은게 있는데 이주민들이 꼭 챙기는 날이 광복절, 삼일절 행사더라고요. 멕시코 이주민의 이야기는 일본의 이야기를 빼놓고 할 수가 없어요. 제가 기다유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음악적인 것도 좋아하지만 한편으론 한국과 멕시코의 이야기를 하면서 일본의 역사적 배경이 같이 있어야 그 중간 어딘가에서 균형을 잡는 예술의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작가는 "전시 이후에 작가가 목적을 갖고 작품을 만드는 건 우습다고 생각한다"며 "예술가의 미시적인 관점과 관람객의 거시적인 관점이 만나 예술이 된다"고 말했다.

"어떻게든 최대한 주관적이고 미시적이지만 거시적인 이야기를 관객이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작품은 어떻든 최대한 주관적이고 미시적이죠. 하지만 관람객과 만나면 거시적인 관점을 갖게돼요. 그러니 관람객이 예술 작품에 공감하고 함께할 때 비로소 완성되는 거죠. 작가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작업이에요."

[서울=뉴스핌] 이호형 기자 = 정연두 설치미술가 가 11일 오후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개인 전시장에서 종합뉴스통신사 뉴스핌과 인터뷰를 가졌다. 2023.09.011 leemario@newspim.com

정연두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의 센트럴 세인트마틴 칼리지에서 조소과를 수료했다. 런던대학교 골드 스미스 칼리지에서 미술석사를 받았다. 2001년 첫 개인전 이래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광주 비엔날레, 상하이 비엔날레, 이스탄불 비엔날레 등에서 작품을 선보인바 있으며 한국과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했다. 2008년에 뉴욕현대미술관(MoMA)이 '다큐멘터리 노스탤지어'(2007)를 소장한 것을 비롯해 국립현대미술관, 시애틀 미술관, 도쿄도 현대미술관 등에 그의 주요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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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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