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안, 23조 규모 고강도 구조조정
R&D예산 17% 삭감 충격...세심한 손질 필요
국가채무 급증...알뜰한 재정정책 지속돼야
[세종=뉴스핌] 최영수 경제부장= 657조원. 사상최대 규모의 예산안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 안팎의 평가는 한마디로 '짠돌이 예산'이다.
2020년 513.5조원, 2021년 556조원. 문재인정부 시절 예산이 100조원 이상 작지만 '슈퍼예산'이라 불린 것과 대조적이다.
역대 최대 규모의 예산이지만 곳곳에서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 23조 삭감하고 10조 늘려...체감효과는 '한겨울'
최영수 경제부장 |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18조원 늘었다. 매년 늘어나는 의무지출 8조원을 제외하면 실제로 늘어난 예산은 10조원 수준이다.
반면 지출구조조정 규모는 23조원. 역대 최대 규모다. 예산을 받아쓰는 각 부처나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삭감폭이 두 배 이상 큰 셈이다. 체감효과는 당연히 한 겨울처럼 춥기만 하다.
특히 연구·개발(R&D)로 먹고 사는 과학기술계는 R&D 예산이 16.6%(5.2조원)나 삭감되면서 충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AI를 비롯한 일부 분야를 제외하고 일괄 30% 삭감 조치를 한 것도 업계 입장에서는 납득하기 힘들다.
이 같은 조치는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도 없었던 내용이다. R&D 예산을 운영하는 부처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의 세금을 알뜰하게 쓰려는 정부의 노력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급하고 획일적인 구조조정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보다 세심하고 예측 가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이유다.
◆ 알뜰한 살림살이 당연하지만 세심한 구조조정 필요
각계의 불만에도 기재부가 '악역'을 자임하는 것은 국가재정의 건전성이 그만큼 시급하기 때문이다.
"가계나 기업, 국가의 모든 위기는 과도한 빚에서 비롯됩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평소 강조하는 재정철학이다.
한 국가의 살림살이를 책임지는 경제부총리로서 알뜰한 지출로 건전한 재정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 윤석열 정부 내내 이 같은 정책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으로서 넉넉한 예산을 짜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정치인' 추경호 부총리가 그 같은 유혹을 뿌리치고 알뜰한 예산을 고수한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건전한 재정을 추구하는 그의 생각은 그만큼 '진심'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 상황은 녹록치 않다. 내년에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92조원 규모의 재정적자가 발생한다. 국가채무도 무려 62조원이나 급증할 전망이다.
세수 부족도 문제다. 지난해 이후 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올해 상반기에만 40조원의 세수가 펑크났다. 기업의 실적이 회복된다 하더라도 급증하는 재정수요를 따라가기에는 세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가부채비율도 올해 GDP 대비 50%를 넘어섰다. 국가부채는 국가신용도와 직결되어 있어 선제적인 관리가 중요하다. 미국이나 일본, 영국과 같은 기축통화국들과 국가채무비율을 비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정부가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퍼주기' 예산의 유혹을 물리치고 알뜰한 재정정책을 변함없이 추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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