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수입차·골프채·고데기까지 대여
결혼상담에 문방구 역할도...업계 이색서비스 경쟁
지역사회 편의공간으로 새 활로 모색
[서울=뉴스핌] 전미옥 기자 = 편의점에서 렌터카를 빌리고 통장을 발행하는 시대가 왔다. 심지어 결혼 상담까지 편의점이 맡는다. 편의점 4사가 부대서비스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로 영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온라인 차량 판매 '카비'와 손잡고 장기렌터카 서비스를 개시했다. 전국 매장에 비치된 홍보물 내 QR코드를 통해 차량 대여 상담을 신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고객이 연락처를 남기면 렌털 서비스 업체 '카비'가 상품 관련 상담 및 결제 등을 해피콜(전화 상담)로 진행한다.
김상현 이마트24 서비스플랫폼팀 MD는 "최근 차량 구입에 비해 초기 비용 부담이 적고 보험료 및 각종 세제 혜택 등의 장점으로 장기 렌터카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카비와 손잡고 해당 서비스를 오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이마트24] |
세븐일레븐도 '카비'와 손잡고 수입차 장기 렌털 서비스에 나선다. 차량 대여뿐만 아니라 현금할부 구매 및 리스 등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세븐일레븐은 오는 24일부터 전 점포에서 해당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GS25는 타이어 렌탈 서비스를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8월부터 넥센타이어와 협업해 GS25, GS더프레시 매장에서 타이어 렌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직원에 문의해 상담 신청을 남기면 원하는 시간대에 전문 상담원이 연락해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CU에서는 기기, 스마트폰, 게임기, 빔프로젝터, 골프채, 캠핑장비 등 300여개 제품을 대여해주는 '픽앤픽 서비스'가 순항하고 있다. CU가 지난해 1월 론칭한 해당 서비스는 인기 제품을 구매하는 대신 최소 3일부터 대여해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한때 품절 대란을 일으킨 미용기기 '다이슨 랩스타일러'부터 갤럭시워치, 빔프로젝트 등 다양한 제품을 대여할 수 있어 론칭 3개월 만에 이용건수가 5배가량 늘기도 했다.
렌탈서비스 외에도 편의점업계에서는 다양한 이색서비스를 내놓으며 경쟁하고 있다. GS25는 지난해 말부터 결혼정보회사 가연과 함께 편의점 매장에서 '결혼 상담 연결 서비스'에 나섰다. 편의점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통해 전문 매니저와 상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마트24는 민원서류와 증명사진 등을 출력할 수 있는 '프린팅 박스'를 도입해 눈길을 끈다. 프린팅박스는 휴대전화 또는 PC에 저장된 사진·문서를 출력하는 서비스다. 기본적 인쇄·인화는 물론이고 정부24·홈택스도 연동돼 있어 민원서류 출력도 가능하다. 과거 소비자들이 문서 출력을 위해 찾았던 문방구와 PC방이 최근 자취를 감추고 있자 편의점이 해당 서비스를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골프채, 스마트기기 등을 대여해주는 CU의 픽앤픽 서비스. [사진=CU] |
이 외에도 편의점업체들은 은행 등 금융사와 협업해 편의점 매장에서 통장개설, 예·적금 가입, 대출상담을 지원하는 등 금융 분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금자판기, 환전 키오스크를 도입한 매장도 늘고 있다. 또 피규어 매니아를 위한 CU의 '피규어 랜덤배송' 서비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을 위한 GS25의 '반려동물 돌봄·훈련 연계 서비스' 등 특정 소비층을 겨냥한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편의점 업체별도 경쟁하듯 이색 서비스를 내놓는 분위기다.
코로나19를 지나면서 편의점 이용도는 이전보다 늘어난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업태별 매출 구성비를 보면 편의점은 16.6%로 대형마트(13.3%)를 3.3%P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17.6%)과의 격차는 1%P로 좁혀졌다. 지난해 연간 기준 구성비는 백화점 17.8%, 편의점 16.2%, 대형마트 14.5% 순이다. 전년 대비 편의점 비중은 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비중은 줄어든 셈이다.
다만 코로나19 종식이라는 변화를 맞이한만큼 이색서비스를 통해 새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도심의 편의점 매장이 포화단계에 이를 정도로 늘자 새로운 매출처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또 고객이 편의점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연관 구매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황금주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편의점 매장이 과포화된 상황에서 이색 부대서비스가 소비자를 끌어들일 유인책으로 활용되고 있다"라며 "편의점 매장은 공간상 제약이 있어 모든 이색 서비스가 성공하기는 어렵고 지역사회 수요 중심으로 일부가 자리잡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romeo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