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가처분…내용증명도 네번째
독보적 스피드 전략…핵심인력 유출될까 노심초사
시라큐스 공장 인수했지만…설계 인력 부족한 롯데바이오
[서울=뉴스핌] 방보경 기자 =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세 번째 가처분을 신청했다. CDMO 생산능력을 글로벌 1위로 끌어올린 '스피드' 역량이 유출될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이직한 전직 직원 3명을 상대로 전직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롯데바이오에 자사의 핵심 기술 및 영업비밀이 유출될 것을 막기 위함이다.
지난 9일에는 인력 유인 활동을 중지해달라는 취지로 롯데바이오에 내용증명도 발송했다. 롯데바이오를 상대로 한 내용증명은 이번이 네 번째다. 내용증명은 자체적으로 법적 효력은 없으나 추후 법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관련 내용을 보냈다는 증명력을 가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2바이오캠퍼스 조감도 [사진=삼성바이오로직스] |
지난해 6월 롯데바이오 설립 이후 삼성바이오 측은 인력 유출 건에 법적으로 대응해 왔다.
지난해 롯데바이오 법인이 설립되면서 삼성바이오 직원들이 대거 이직했기 때문이다. 또한 2021년 8월 삼성바이오에서 10년간 근무한 이원직 프로는 롯데지주로 영입된 이후 지난해 롯데바이오 초대 대표이사가 됐다.
삼성바이오는 이번 가처분 이전에도 지난해 6월 인천지방법원에,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 영업비밀 유출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가처분을 신청한 바 있다. 지난해 8월 단행한 형사고발까지 합하면 지금까지 법적 대응에 관련된 전직 직원은 총 13명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삼성바이오의 가처분 신청이 최선의 대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가처분의 주 목적은 특정물을 처분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 만큼, 형사소송보다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편이다. 그만큼 자원을 절약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갈등이 계속해서 이어진다면 출혈이 크다고 보고 있다. 삼성바이오의 '스피드' 전략이 CDMO사들 중에서도 독보적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차원의 경험과 기술력에 힘입어 삼성바이오는 업계 평균 공기 대비 건설기간을 40% 단축했다. 특히 최근 가동을 시작한 4공장은 공장 설계·조달·시공 등 공정을 동시에 진행하는 '병렬 공법'을 활용했다. 이로써 삼성바이오는 60.4만 리터 생산능력을 확보했다.
롯데바이오에는 현재 설계 및 시공 인력을 다수 확보하지는 못한 상태다. 롯데바이오는 지난 1월 시러큐스 공장을 인수하면서 기존 BMS 임직원 99.2%를 승계했으나, 이들 대부분은 공장 가동 인력이다. 롯데바이오는 오는 2030년까지 36만 리터 규모의 메가 플랜트를 국내에 갖출 계획이다.
롯데바이오 관계자는 "법원에서 판결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며 "현재는 준공 및 건설 단계에서 사람을 많이 뽑고 있으며,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인력을 충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한편 바이오업계 인력난이 심화되자, 지난달 한국바이오협회 주관으로 열린 BIX 행사에서는 관련 주제로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다. 국내 바이오 기업에서 근무한 인재가 많지 않다 보니 기업들 간 뺏고 뺏기는 쟁탈전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당시 김주형 딜 영업부서 사업리드는 "미국은 석사나 박사가 학계로 넘어가기보다는 무조건 기업으로 가는 게 트렌드지만, 한국은 정반대로 고급 인력이 학계로 넘어간다"며 "국내 많은 기업들이 고급 인력에 대한 니즈가 있다 보니 지적재산권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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