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상공 두개의 뜨거운 고기압 겹쳐…습한 폭염이 더 위험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장마가 끝난 직후 시작된 전국의 '살인 폭염'으로 온열 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온열 질환자 및 사망자는 지난해 보다 두 배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상청은 이같은 폭염은 절기상 말복인 오는 10일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농촌지역의 경우 한낮 밭일 등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1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달 30일(31일 오후 4시 기준) 하루에만 전국에서 온열질환자 61명, 추정 사망자 3명이 발생했다. 지난해 같은 달 30일 온열질환자 31명(사망자 0명)에 비해 두배 많은 수치다.
올 여름 더위가 시작된 지난 5월 20일부터의 누적 온열질환자는 1117명, 추정사망자는 13명이다. 같은 기간 지난해에 비해 사망자(6명) 수도 두배 넘게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에 신고되지 않은 전국의 온열 질환 사망자는 20명이 넘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하루 동안에만 야외 작업을 하던 70대 이상 노인 5명이 전국에서 숨지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최지환 인턴기자 = 전국 대부분에 폭염특보가 발령된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3.07.27 choipix16@newspim.com |
기상청은 이번 주 전국의 낮 최고 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면서, 더위는 이번 주말을 넘어 말복인 다음 주 10일까지도 34도를 넘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살인 폭염'은 현재 한반도 상공에 두 개의 뜨거운 고기압이 겹쳐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주요 여름철 기단인 북태평양 고기압이 장맛비를 뿌리던 정체전선을 밀어내고 한반도 위를 점령했다.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타고 적도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흘러온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렇게 유입된 뜨거운 수증기와 여름철 강한 햇볕으로 소나기가 내리기 좋은 조건이 형성됐다"며 "지표에서 달궈진 공기가 상승해 위의 찬 공기와 만나 대기가 불안정해지고 적란운이 발달해 소나기가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건조하게 햇빛이 내리쬐는 마른 폭염보다 이같이 소나기를 동반한 푹푹 찌는 '습한 폭염'이 온열질환에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농촌진흥청은 가능하면 낮 시간 작업을 피하고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한다면 1시간에 15분씩은 쉬도록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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