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 여름 북반구 곳곳이 폭염과 폭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겨울을 지나고 있는 남반구에서는 남극 해빙(海氷) 양이 과학자들이 당황할 정도로 급감하는 등 기후 재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각) 호주 나인뉴스와 CNN 등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으로 남극 겨울 해빙 규모는 1981~2010년 평균치보다 260만㎢나 감소했는데, 이는 남미 아르헨티나 전체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남극 해빙은 남반구의 여름이 끝나는 2월 말쯤 최소로 줄었다가 겨울인 7~8월로 접어들면서 늘어나지만 올해는 겨울이 지나고 있음에도 해빙이 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 28일 열린 뉴질랜드-호주 남극 과학 회의에서도 과학자들은 남극 해빙 양 감소가 너무 극적이라며, 지난 1980년 이후 어느 해와 비교해도 해빙 양이 20% 정도 적어 과학자들이 예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 더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지구 표면이 얼음이나 눈 등 하얀색으로 더 많이 덮여 있으면 있을수록 더 많은 태양 광선이 우주로 반사돼 지구 열을 식혀주는데, 해빙 양이 줄면 그만큼 지구 온난화는 빨라지게 된다.
리처드 레비 뉴질랜드 지질 핵 과학 연구소 박사는 "해빙이 사라진다면 지구는 더 많은 열을 흡수해 점점 뜨거워지고 빙산들까지 녹게 할 것"이라면서 "지구가 기후변화와의 싸움에서 중요한 방어막을 잃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역대 최저 수준인 지난해보다도 적은 올해 남극 해빙 추이 [사진=미국 국립빙설자료센터(NSIDC)] 2023.07.31 kwonjiun@newspim.com |
남극 해빙이 역대급 속도로 줄어드는 가운데, 북반구 폭염 증상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서부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는 한 달 가까이 최고 기온이 연속 43도를 웃돌면서 사막 식물인 선인장마저 말라죽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말 동안 37도가 넘는 무더위가 이어지던 동부 워싱턴 지역에서는 갑자기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고, 워싱턴DC와 인근 버지니아주 북부, 메릴랜드주 북부 일대에 광범위한 정전 사태가 발생해 22만5000여 가구가 피해를 입었다.
남동부 휴양도시 마이애미의 바닷물 온도는 지난주 32도를 넘었고, 텍사스주에서만 폭염으로 95억달러(약 12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 유럽에서는 폭염 속 알프스 산봉우리 빙하가 녹아 37년 전 실종된 산악인 유해가 발견됐으며, 지중해 국가들은 2주 넘게 지속된 산불로 관광 산업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중국에서도 이달 중순 신장위구르자치구 기온이 섭씨 52도를 넘어 중국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제 지구는 온난화를 넘어 끓는 시대가 시작됐다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경고대로 끔찍한 기후 변화 기록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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