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아프리카 정상회의 참석 연설
무상 및 상업 곡물 수출 통해 우크라이나산 대체 노려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들에 최대 5만t의 곡물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27일(현지시간) 말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연설에서 "우리는 부르키나파소, 짐바브웨, 말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소말리아, 에리트레아 등에 3~4개월 안에 2만5천t에서 5만t의 곡물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러시아가 세계 식량 안보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상업 또는 원조 기반으로 아프리카에 우크리아나 대신 곡물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신들은 이번 정상회의에 참석한 아프리카 6개국 정상들은 푸틴 대통령의 발언에 박수로 환영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의 발언은 '흑해 곡물협정'을 러시아가 최근 파기한 이후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항구와 시설에 연일 공습을 퍼붓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세계 주요 곡물 수출국인 우크라이나는 지난 1년 동안 흑해 협정을 통해 3천280만t을 수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24일 크렘린궁 게시문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봉쇄로 공급 문제가 생기는 아프리카 지역 등에 러시아산 곡물을 대신 공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두고 러시아가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봉쇄하고, 대신 이를 러시아산 곡물로 대체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일석이조'의 노림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밖에 아프리카와 에너지 분야 등에서도 협력과 교역을 늘려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제재로 인한 고립을 탈피하기 위해 아프리카 국가의 환심을 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 셈이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한줌의 기부'로는 흑해 곡물협정 파기가 야기하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며 러시아의 흑해 곡물협정 복귀를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수백만t의 곡물을 시장에서 빼내어 버리면...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것은 명백하다"면서 "일부 국가에 한줌의 기부를 한다고 (협정 파기의) 식량 안정 문제를 바로잡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