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법 의무 이행 안했다고 보기 어려워"
"국민 기본권 보호 위한 가능한 조치 취했다"
[서울=뉴스핌] 김신영 기자 = 헌법재판소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소추안을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기각했다. 이태원 참사의 책임이 이 장관을 탄핵할 정도의 사유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관들은 이 장관에게 사전 예방의무와 참사 직후 대응 조치를 소홀히 한 부분이 없다고 봤다. 주최 측이 없는 이태원 핼로윈 축제에서 다중밀집사고가 발생할 것을 예상해 사전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나 중앙사고수습본부를 미리 설치할 것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사후 대응에 있어서도 상황 인식이 늦어진 측면은 있지만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을 중심으로 필요한 조치를 시행한 점을 볼 때, 대응 방식이 미흡했다거나 직무를 불성실히했다고 볼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이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해 가능한 보호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 의무를 위반하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재판관 전원이 성향과 관계 없이 기각 결론을 내리자 이 장관에게 이태원 참사의 책임을 질 만한 직무상 위법 사항이 없다는 점이 명백히 입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3.07.25 mironj19@newspim.com |
◆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 없어"
헌재는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이 규정한 '탄핵심판 청구가 이유 있는 경우' 피청구인의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헌법이나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행정안전부 장관과 같은 행정각부의 장의 경우 "정치적 기능이나 비중, 직무계속성의 공익이 달라 파면의 효과 역시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며 "'법 위반 행위의 중대성'과 '파면 결정으로 인한 효과' 사이의 법익형량을 함에 있어 이와 같은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같은 탄핵 요건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이 장관에게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지 않은 잘못이 없다고 봤다. 재난안전법 시행령 제3조의2 등은 다중밀집으로 인한 압사 등 인명피해 사고에 대한 재난관리주관기관을 별도로 분류해두지 않고 있다는 이유다.
헌재는 "다만 재난관리주관기관이 지정되지 않았거나 분명하지 않은 경우 행안부장관이 정부조직법에 따른 관장 사무와 피해 시설의 기능, 재난 및 사고 유형 등을 고려해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하도록 한다"며 "피청구인이 이 사건 참사 발생 전에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난안전법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난안전법이 규정한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과 '집행계획' 작성에 있어서도 "이 사건 참사 발생 당시 적용된 '제4차 국가안전관리기본계획'(2020~2024년)과 '2022년 행정안전부 집행계획'은 법령에서 정한 작성시기에 따라 피청구인이 행안부장관으로 임명되기 전에 이미 작성됐다"며 "계획을 수정·변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행정안전부령은 중요정책사항의 승인 및 보고와 예산, 법령 질의 사항만을 규정하고 있어 이를 긴급구조와 관련해 소방청장과 경찰청장을 직접 지휘할 근거 규정으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 장관이 참사 현장을 직접 지휘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재난안전법에 따른 총괄과 조정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사건 1차 변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5.09 mironj19@newspim.com |
◆ "장관에게 총체적 책임 돌리기 어려워"
헌재는 이태원 참사가 한 가지 원인과 특정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아닌 데다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로 명확한 근거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모든 책임을 이 장관에게 돌리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했으며 재난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나 교육과 안내가 부족했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재난 대응 미흡을 이유로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탄핵심판의 본질과도 어긋난다고 했다.
헌재는 "탄핵심판 절차는 공직자의 직무수행에 대한 법적 책임을 추궁함으로써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는 데 본래의 목적과 기능이 있다"며 "피청구인이 재난관리 주무부처의 장인 행안부장관으로서 재난대응 과정에서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재난대응의 미흡함을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규범적 심판절차인 탄핵심판절차의 본질에 부합한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피청구인이 재난대응기구의 설치·운영 및 재난관리 총괄·조정 등에 관한 재난안전법과 공무원의 성실의무 등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사건 참사로 피해자와 유족이 겪는 고통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진정한 회복을 위한 지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은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한 우리 헌법 전문과 인간다운 생활 권리를 보장하고 국가의 재해 예방 및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4조 제1항, 제6항에 따른 국가기관의 당연한 의무"임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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