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이태원 유족 측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기각 결정에 "지금이라도 스스로 물러날 것을 촉구한다"며 헌재의 결정을 규탄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25일 오후 탄핵 선고가 끝난 직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이상민 탄핵심판 선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 기자브리핑'을 열었다.
이에 앞서 오후 12시부터 신자유연대와 엄마부대, 대한민국애국순찰팀 등 보수단체 및 유튜버들은 "이상민 탄핵 기각"을 외치며 선고 결과를 기다렸다. 이들은 기각 속보가 뜨자 박수치며 환호했고 진보 유튜버들은 "나라가 어떻게 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왜 탄핵이 안 되는 거냐"고 소리 질렀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이상민 장관의 탄핵 사건 선고기일인 25일 보수단체 엄마부대가 이 장관의 탄핵 기각을 촉구하고 있다. 2023.07.25 allpass@newspim.com |
이지현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이상민이 파면돼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데도 스스로 안 물러나고 헌재가 면죄부를 줬다"며 "참사 이후 그 어느 때보다 통탄스럽고 국가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진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이때 길 건너편 보수단체 측에서 "이태원 참사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외쳤고 이를 들은 유족 일부가 격분해 뛰쳐나가며 충돌이 발생했다.
경찰들이 급히 "인도 위로 올라가라. 뒤로 물러나달라"며 인파를 통제했으나 보수단체와 유족 측이 엉키며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결국 여성 유족이 실신했고 기자회견은 30여분간 중단됐다.
[서울=뉴스핌] 신정인 기자 = 이 장관의 탄핵이 기각되자 이태원 참사 유족이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모습. 2023.07.25 allpass@newspim.com |
119구급차량이 유족을 이송하면서 유족들은 3시10분쯤부터 입장 발표를 다시 이어나갔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은 "조금 전에 여러분이 목격하셨듯 유족의 아픔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오히려 희생자를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국가가 잘못된 권력을 엄정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계속 이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불행한 국민에게 더 불행을 강요하는 행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겸 이상민 탄핵 대응 TF 단장은 "오늘 헌재의 결정이 면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이 장관에게 다시 한 번 자진 사퇴할 마지막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이번 결정은 대한민국을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급행열차표가 될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의 법리에 국한하지 말고 우리 모두가 도대체 누구를 위해서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정말 인간적인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다.
유족들은 "이상민 면죄부 준 헌재 규탄한다. 국민 신임 배반한 이상민 자진 사퇴하라" 구호를 세 번 외친 뒤 기자회견을 마쳤다.
한편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 기일을 열고 재판관 전원 일치의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 장관의 탄핵 소추 사유는 ▲사전 재난예방조치 의무 위반 ▲사후 재난대응조치 의무 위반 ▲참사 발생 이후 부적절한 언행 등이었다.
헌재는 이 장관이 참사 사후 조치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재난안전법을 위반했다거나 판단히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allpass@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