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1년 전 체결돼 지금까지 3차례 기한이 연장된 우크라이나-러시아 간 흑해곡물협정이 17일(현지시간)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연장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러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익명의 유엔 관계자 두 명은 러시아가 아직 협정을 연장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고 알렸다.
지난 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협정 연장 설득을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냈다.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소식통을 인용, 편지에는 러 국영 로스셀호스방크(러시아농업은행)가 국제 자금 결제 전용 자회사를 만들어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과 연결하는 조건이 명시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를 침공한 이후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서 국제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가 협정 연장을 위한 조건으로 줄곧 요구해온 것도 러 농업은행의 스위프트 결제망 복귀다.
이밖에 러시아가 요구하고 있는 것은 자국산 곡물과 비료 수출의 보장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무장관은 지난 4월 중순 유엔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흑해곡물협정에는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 수출 기회의 확대가 명시되어 있지만 "실상은 우리가 합의한 협정이 아니다"라며 약 20만톤의 러시아산 비료를 실은 선박이 수입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정박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스위프트 차단 등 국제사회의 복잡한 제재 때문에 러시아산 곡물과 비료의 안정적인 수출이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흑해곡물협정은 세계 식량위기를 막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가 지난해 7월 22일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한 협정이다.
CNBC에 따르면 이 협정으로 1000여개의 선박이 3300만t의 곡물과 농산품을 우크라 남부 3개 항구에서 출항했다.
전쟁 전 러시아와 우크라가 세계 밀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달했다. 협정 연장이 불발될 경우 세계 식량위기와 식량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우크라이나의 밀밭 [사진=로이터 뉴스핌] |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