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85명 보증금 총 183억 편취 혐의
"피해 회복 노력 안해…중형 선고 불가피"
두 딸과 기소된 추가 사기 재판은 진행 중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이른바 '무자본 갭투자'로 두 딸의 명의를 빌려 400여채가 넘는 빌라를 사들인 뒤 임대차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임대업자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준구 판사는 12일 사기와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58) 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법원 로고. [사진=뉴스핌DB] |
이 판사는 "피고인은 자기자본을 투자하지 않고 임대차보증금으로 분양대금 지급을 갈음해 두 딸의 명의로 수백채의 빌라를 분양받아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며 "그 과정에서 분양대행업체와 공모해 보증금 일부를 리베이트 명목으로 나눠가졌고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일명 전세사기 범행은 서민층과 사회초년생 등 피해자들의 삶의 밑천을 대상으로 삶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피고인의 사기 범행으로 85명이라는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했고 피해 합계액도 183억원이 넘을 정도로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임대차보증금이 재산의 전부 내지 대부분인 피해자들은 이를 돌려받지 못해 주거 안정에 심각한 위협을 받았고 아직까지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다"며 "그럼에도 피고인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또 "일부 피해자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전세금안심대출계약을 체결해 보증금을 반환받았으나 그만큼 피해가 공사에 전가된 것일 뿐 피고인에 의해 피해가 회복된 것이 아니다"라며 "피고인은 법정에 이르기까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반성하지 않아 중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김씨 측은 임차인들을 기망한 사실이 없고 변제능력도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이 판사는 당시 김씨에게 자금이 있었는지, 보증금 반환이 가능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김씨는 선고 직후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며 쓰러졌다. 그는 약 15분간 응급처치를 받고 휠체어를 타고 법정을 빠져나갔다.
앞서 김씨는 2017년 4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서울 강서구와 관악구 등 수도권 일대에서 무자본으로 신축 빌라 400여채를 사들인 뒤 임차인들에게 임대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지난해 5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85명의 임차인들로부터 총 298억원 상당의 전세 보증금을 받아 이 가운데 183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분양대행업체와 공모해 임대차보증금 액수가 실질 매매대금보다 낮은 '깡통 전세'라는 사실을 숨기고 30대인 두 딸의 명의로 빌라 소유권을 취득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추가 수사 결과 총 피해 임차인은 355명, 피해액은 795억원으로 늘었고 김씨는 두 딸, 분양대행업자 등과 함께 지난해 7월 추가 기소됐다. 이 사건은 같은 법원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가 심리 중이다.
shl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