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비준을 미루던 튀르키예가 마침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처리하는 데 동의하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길이 열렸다.
이 과정에서 튀르키예는 미국의 F-16 전투기 판매 지원, 스웨덴의 유럽연합(EU) 가입 지원 등의 약속을 얻어내며 타국의 나토 가입 과정에서 '한몫 단단히 챙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10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의회에 전달하고 비준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다"며 "의회가 이를 비준하면 스웨덴은 나토 정식 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은 지난해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을 했지만,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동의를 얻지 못해 나토 가입이 지연돼 왔다. 그 사이 핀란드는 지난 4월 31째 나토 회원국에 이름을 올렸다.
헝가리는 최근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저지하지 않겠다며 입장을 선회했지만, 튀르키예는 자국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의 활동을 스웨덴 정부가 옹호한다며 비준을 거부해 왔다.
실제로 전날 오전까지만 해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거부권 철회의 조건으로 "먼저 튀르키예의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길을 열어달라"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내놨고, 이에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불투명해졌다는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도착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 중재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예정에 없던 정상회담을 가졌고, 여기서 양국 정상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절차 추진에 전격 합의했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일부 외교 소식통과 전문가를 인용해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빌미로 미국에 F-16 전투기 판매를 요구했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에르도안과 거래를 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기반 싱크탱크인 ECFR 소속이자 전 나토 사무차장인 카밀 그랜드는 "바이든 행정부가 터키에 F-16 전투기 판매가 이뤄질 수 있게 힘을 썼을 것"이라며 "PKK에 대한 스웨덴의 지지 철회 약속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약속이 에르도안이 마음을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1일 미 행정부가 의회와 협의해 튀르키예에 대한 F-16 전투기 이전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나토 정상회의에 앞서 설리번 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전투기) 이전을 지지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스웨덴은 튀르키예의 나토 가입 지지를 이끌어내는 대가로 PKK를 포함, 튀르키예가 테러 단체로 간주하는 단체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며, 튀르키예의 EU 가입도 적극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튀르키예로써는 타국의 나토 가입을 두고 막판까지 버티기 전술을 펼치다 온갖 이득을 챙긴 셈이다. 주미 프랑스 대사를 지냈던 제라드 아르도는 이를 두고 자신의 트위터에 "(튀르키예의) 스웨덴 협박이 먹혔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편 튀르키예는 지난 1987년 EU 가입 신청을 했지만, 가입 조건 협상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6년 유럽 의회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을 축출하려 했던 쿠데타 세력을 진압한 뒤 대대적 탄압을 하고 있다며 협상 중단을 의결했고, 이후 튀르키예의 EU 가입 절차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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