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정상회의 참석하면서 'EU 가입' 카드로 옹니
美 등은 스웨덴 32번째 가입 결의 추진
"EU 와 나토 가입 연계 부적절"
[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가입이 허용돼야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도 찬성하겠다는 돌발 주장을 제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틀간(11~12일)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이날 출국하면서 기자들에게 "먼저,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위한 길을 닦아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우리가 핀란드에게 했듯이 스웨덴의 나토 가입 길을 닦아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반대해온 튀르키예가 거부권 철회의 조건으로 자신들의 EU 가입을 전제 조건으로 내건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목도하면서 그동안의 중립 노선을 버리고, 미국와 유럽이 주도하는 군사동맹인 나토에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 가입은 회원국 만장일치 지지가 필요하며,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이미 스웨덴과 핀란드의 가입을 적극 지지했다.
하지만 튀르키예 정부는 반정부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 세력을 비호한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권을 행사하며 옹니를 부려왔다. 다만 튀르키예는 핀란드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가입 허용 입장으로 선회했고, 핀란드는 지난 4월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유럽 주요국 정상들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스웨덴을 32번째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만장일치 결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국제 외교의 이단아' 에르도안 대통령의 갑작스런 EU 가입 연계 주장으로 이번 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나토 가입 결정이 불투명해졌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튀르키에는 지난 1987년 EU 가입 신청을 했지만, 가입 조건 협상에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6년 유럽 의회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자신을 축출하려 했던 쿠데타 세력을 진압한 뒤 대대적 탄압을 하고 있다며 협상 중단을 의결했고, 이후 튀르키예의 EU 가입 절차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한편 나토와 유럽 정상들은 나토와 EU 가입을 연계한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에 난색을 표명했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튀르키예가 EU에 가입을 추진하는 것은 지지하지만, 이는 지난해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담 당시 튀르키예가 스웨덴, 핀란드 등과 합의한 조건에 포함돼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드리드에서 합의한 것은 스웨덴이 나토 정회원이 되기 위한 구체적인 조건이었고, 스웨덴은 이런 조선들을 충족시켰다"고 말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이와 관련해 기자들에게 "스웨덴은 나토 가입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면서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이 문제와 연관있는 사안으로 여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