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제조 티셔츠 국내 제조로 표기
수요 늘어나는 과정서 벌어진 실수
"전수조사 후 피해 전부 보상할 것"
[서울=뉴스핌] 노연경 기자 = 급성장 중인 국내 디자이너 패션 브랜드인 '세터'가 제조국 오표기로 뭇매를 맞고 있다. 최근 매출 규모가 크게 늘어난데다 백화점 추가 입점도 논의 중이라 파장이 예상된다.
세터를 운영하고 있는 대명화학의 자회사 레시피그룹은 검수 과정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해 재발 방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세터는 공식 홈페이지와 무신사, 29CM, 하고 등 패션 플랫폼에서 제조국을 '한국'이라고 표기한 뒤 실제로는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을 판매했다. 제조국 정보가 담긴 상세페이지는 플랫폼이 아닌 판매자가 직접 관리한다.
제조국 오표기로 무신사에서 무료 환불 조치되고 있는 세터의 보야지 반팔 티셔츠.[사진=무신사 홈페이지 화면 캡처] |
이와 관련해 세터는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해 "국내외에서 동시 제조해 판매하는 과정에서 제조국 표기를 수정하지 않은 채 판매했다"고 인정했다.
그간 국내 생산을 원칙으로 했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중국 생산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온라인몰 상세페이지 내 제조국을 수정하지 못했다는 게 세터 측 설명이다.
또 세터는 이번 일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에 자진 신고 조치했다고 밝히며 보상 전용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지난 7일 오후 세터는 1차로 추린 1만 5000명의 피해자들에게 환불을 접수할 수 있는 신청서를 문자로 보냈다.
해당 내용을 문자로 받은 구매자들은 올해 안에 구매 금액 전부를 환불 받을 수 있다. 전수조사를 마치는대로 추가 문자를 발송할 예정이다.
현재 무신사에서도 세터가 반품 비용을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무료 환불 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별개로 공정위의 리콜(결함 상품 회수) 조치 등은 있을 수 있다. 다만 패션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 제재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제조국 오표기로 떨어진 브랜드 신뢰도라고 지적한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제조국 오표기는 소비자 기만행위"라며 "소비자는 지불한 금액과 시간, 노력 등 모든 것에 대해 부정당한 느낌을 받을 것이고 해당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번 제조국 오표기 논란으로 작년부터 이어진 디자인 도용 논란까지 불거지며 세터의 브랜드 신뢰도는 흔들리고 있다.
세터는 이미지 기반 소셜미디어인 핀터레스트의 그래픽을 티셔츠에 무단 사용했다는 의혹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편집숍인 비이커에서 운영하는 브랜드 '오라리'의 자켓 등 일부 제품의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 목동점 세터 매장.[사진=세터 공식 인스타그램 화면 캡처] |
이번 논란은 세터가 백화점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성수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세터는 올해 더현대서울과 목동점 현대백화점 2개 점포에 입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재 브랜드 바이어가 논란을 인지하고 있고 브랜드로부터 자체 조사 결과를 받은 뒤 대응 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근 K-패션 브랜드 입점에 공을 들이고 있는 롯데백화점 역시 세터와 입점 논의를 진행 중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 역시 "잠실 롯데월드몰에 입점을 논의하고 있으며, 이번 논란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시피그룹은 "피해를 입은 소비자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한 인력을 충원하고 있고,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모든 피해자들에게 피해 보상을 할 것"이라고 했다.
yknoh@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