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나토)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당장 수복하지 못해도 휴전 협상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모두 되찾겠다는 입장에서 한 발자국 물러선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달라질 정세 변화를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교도 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전쟁의 조기 종식을 원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이후 외교적 방법으로 일부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어 그는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크림반도를 비롯한 일부 러시아 점령지를 군사력으로 수복하는 건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라며 "우리 군은 그것을 할 힘이 부족하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다만 "우리가 강해져 러시아가 다시 공격할 수 없을 만큼 준비가 돼 있을 때 외교적 해결책을 통해 영토를 수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과 관련해서는 "러시아 서부 전투에서 북한군이 죽거나 다치고 있다"며 "이들은 총알받이로 사용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가 북한의 추가 파병을 노리고 북한 군인들을 잘 대우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들이 드론 사용법 등 현대 전쟁 기술을 익히면, 아시아 및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의 인터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대한 국면에 이른 상황에 성사된 것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집권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계속될지를 둘러싼 우려가 커진 상황에 이뤄졌다.
대선 캠페인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집권 중이었다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진 않았으나 자신이 당선되면 하루 만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와 그의 팀이 우크라이나의 "승리 계획"을 알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절대로 항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당선인 취임 후 그와의 추가적인 대화를 통해 더 구체적인 설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발언했다. 그는 "이 전쟁의 과열 국면을 멈추려면 우리가 통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를 나토의 우산 아래에 둬야 한다"라며 "(러시아에 점령된) 우크라이나 영토의 경우 외교적 방법으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2014년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비롯해 러시아에 점령된 영토를 양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가 빼앗긴 영토 모두 수복해야 한다는 기존 휴전 조건에서 선회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2기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집권 2기 때 미국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되거나 조기 휴전 협상을 중재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직접 일하고 싶다"라며 "우리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 나는 그와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싶고 그의 의견을 듣고 싶다"라며 조속히 만남을 추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휴전 협상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면서 오는 3~4일 개최되는 나토 외교장관 회의에 이목이 주목된다.
나토는 지난 7월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되돌릴 수 없는 경로에 들어섰다"라고 선언했지만, 아직 가입 초청이나 구체적인 일정은 제시된 게 없다.
나토는 이번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크라이나 가입 초청 선언에 이르진 못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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