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2일부터 의무화, 고객이 상품 사전 지정
본격적인 수익률 경쟁, 증권사 등 공격적 도전
맞춤형 서비스 강화, 안정성·수익성 모두 공략
[서울=뉴스핌] 정광연 기자 =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의무화가 내달부터 시행되는 가운데 퇴직연금시장을 절반 이상 자치한 은행권이 본격적인 고객이탈방어에 나섰다. 수익률 제고와 함께 맞춤형 서비스도 강화해 증권, 보험사와의 경쟁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29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내달 12일 디폴트옵션 도입을 앞두고 주요 은행들이 고객이탈을 막기 위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확정기여형(DC형) 및 개인형(IRP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 도래 시 별도의 운용지시를 하지 않더라도 사전에 지정한 상품으로 운용되는 제도다. 가입자들의 수익률 증대를 위해 지난해 7월 도입됐다. 1년 시범운영을 거쳐 내달부터 신규 가입자는 무조건 지정해야 하고 기존 가입자에게도 권고된다.
은행권은 퇴직연금 시장의 '큰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338조1593억원이며 이중 은행 적립금이 184조9883억원으로 절반 이상(51.7%)를 차지했다. 보험사가 86조5173억원(25.5%), 증권사가 76조7427억원(22.6%) 수준이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 35조7339억원, KB국민은행 32조5797억원, 하나은행 28조3493억원, 기업은행 22조6629억원, 우리은행 20조8755억원, 농협은행 18조6603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수익률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원리금 보장 DC형 퇴직연금의 은행권 평균 수익률은 1분기 기준 2.32%로 보험사 2.28%보다 소폭 높았지만 증권사 2.72%에 비해서는 격차가 컸다. 디폴트옵션 시행으로 수익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에서 증권사로 자금이 이동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주요 은행들은 디폴트옵션 관련 세미나 및 이벤트를 연달아 실시하는 등 고객 관리에 나섰다.
또한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지난해부터 고객지원센터를 운영중이며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인공지능(AI) 기반 퇴직연금 관련 솔루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단기간에 수익률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것이 쉽지 않은만큼 인프라 강화와 맞춤형 서비스 등을 통해 고객 이탈을 우선 막겠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디폴트옵션 자체 수익률이 기존보다 월등히 높고 퇴직연금은 최대한 안전하게 운용하려는 고객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은행권 고객 이탈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지난 1월부터 약 3개월동안 운용된 디폴트옵션 상품 135개를 분석한 결과 평균 수익률은 3.06%로 나타났다. 이는 연환산 시 12% 넘는 수치로 2% 중후반대에 머무르는 현 수익률과 큰 차이가 난다.
여기에 3개월동안 25만명(3000억원)이 몰린 디폴트옵션 상품 중 88%에 달하는 22만명이 '초저위험' 등급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증권사보다 안정성을 더 우선으로 하는 은행권이 오히려 유리할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권 관계자는 "1년간 시범운영을 하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대응을 해왔기 때문에 의무화가 된다고 해서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반적인 수익률이 높아진다면 은행들은 오히려 유리하다. 더 많은 고객유치를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peterbreak22@newspim.com